윤석열 새 정부 장관 인선에 안철수 계 인사 단 한 명도 없어
안철수 측 "안철수, 기사 보고 내각 인선 알아...윤 연락도 없어"
안철수 측 최진석 "종이쪼가리 말고 자신 믿으라더니"...작심 비판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새 정부의 첫 인선이 14일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첫 내각 인선에서 안철수계 인사가 단 한 명도 중용되지 않으면서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구성에 파열음이 일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1차로 8명의 장관을 지명했고 13일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총 9명의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이어 오늘(14일) 오후 남은 2명의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끝으로 새 정부 첫 내각을 구성할 18개 부처 장관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 지었다. 

문제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추천한 인물이 이번 인선에서 모두 배제됐다는 점이다. 안 위원장은 2차 인선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인선 과정에서 특히 제가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밝혀 윤 당선인을 향한 섭섭한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 단일화 협상을 주도한 인물인 안철수 측 최진석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도 이날 윤 당선인의 인선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와 이명박 정부 때의 사람들이 그대로 다 돌아왔다. 각성의 세례를 통과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고 작심 비판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선언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입장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최 교수는 "'종이 쪼가리 말고 날 믿어달라'는 말의 신뢰는 그 말을 한 사람의 내면의 크기가 지켜주지 목소리의 크기가 지켜주지 않는다"면서 "내면이 커야 각성할 수 있다"고 윤 당선인을 겨냥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 3월 3일 안 위원장과 단일화 담판 회동에서 "종이(합의문)는 다 필요 없다"며 공동정부 구성과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을 약속한 바 있다. 

안 위원장은 지난 13일 2차 인선 이후 저녁 만찬을 취소한 데 이어 오늘은 인수위 일정도 취소했다. 공동정부를 약속했던 윤 당선인이 자신이 추천한 인사를 전부 배제한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이 인수위 참여 여부 등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 정부 첫 내각 인선에 안철수계 인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들어 대선 직전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합의한 '공동정부' 구성이 사실상 파국을 맞은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울러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파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4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공동정부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 장관들이 다 임명했는데, 안철수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퇴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윤석열 당선인이 공동정부를 약속했으면 최소 2~3명 정도는 안 위원장이 직접 지명할 수 있게 해줬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위원장의 공이 얼마나 되는 지는 측정할 수 없지만 당시 윤 후보(현재 당선인)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으니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고, 공동정부와 합당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한 거 아니냐"면서 "윤 당선인이 국민들 앞에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권력을 분산 시키겠다고 공언해 놓고 분산이 아닌 혼자 다 가져 가는 모습을 국민들께 비추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직격 했다.

안철수 소외론과 함께 공동정부 파행 등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14일 "국정의 공동운영이라는 원칙만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때가 있다는 현실을 이해해 달라. 인사 문제는 사실 굉장히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친다"면서도 "모든 국정을 담당하는 책임 있는 자리를 논의하고 선정할 때마다 안철수 대표님과의 통합이라는 기본적인 정신을 항상 생각하고 논의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윤 당선인도 이날 안 위원장과의 인사 갈등설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각 인선에 관한 추천은 많은 분들로부터 전부 추천을 다 받았고 어느 특정 인사를 배제한 사실은 없다”면서 “안 위원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았고 제가 인선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어제 충분히 설명했고 본인이 불쾌한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이) 일정을 취소했다는 데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제 분과 보고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 안 나온 걸 가지고 일정을 취소했다는 식으로 보는 모양”이라면서 “(안 위원장이) 지금 구체적으로 무슨 생각인지 본인 입장 뭔지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제가 대했을 때 느낌에 비춰보면 글쎄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자들 얘기가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