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동안 움츠려 있던 기업이 ‘친시장’을 선언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대감을 갖는 모습이다. 다만 다년간 축적된 반(反)기업법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친시장’, ‘친기업’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획일화된 기업 지배구조를 강요하고, 기업 계열사 간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라고 폄훼하며 범죄로 규정하는 공정거래법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미디어펜은 공정거래법을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을 향한 주된 감시는 일명 ‘일감 몰아주기’라고 불리는 기업 계열사 간 거래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해당 규제들은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업의 본질이 ‘분업’에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 없이 기업 계열사 간의 거래를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새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지난해 연말부터 709개의 기업이 기업 계열사 간 거래 규제 대상이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30% 이상인 상장회사, 20% 이상인 비상장회사다.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회사도 따로 분석했다. 상장 사각지대 회사(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 30% 미만인 상장사),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또는 상장 사각지대 회사는 50% 넘는 지분을 가진 자회사 등이 해당한다.
그 결과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444개사(18.3%)로 지난해 대비 56개 늘었다. 이 회사들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새 공정거래법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됐다.
|
|
|
▲ 세종시 정부 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기업 계열사 간 거래…분업의 일환일 뿐
공정위는 지난 2018년부터 기업 계열사 간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총수 일가나 특정 계열사가 사익을 편취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는 대기업 계열사들 간의 거래 자체를 ‘비리’로 규정한 것이어서, 해당 용어에 ‘가치 판단’이 개입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계열사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긴밀하게 연결된 계열사들 간의 거래는 기업 경영 전략의 하나일 뿐 ‘비리’로 봐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다.
또한 한 기업에 있던 조직들이 분리돼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면서 규모의 경제를 키워나간 점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직이 기업으로 커나가 이윤을 창출하면 그만큼 일자리 등 부가 가치가 창출된다는 긍정적인 면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실적 좋은 기업 지배구조가 좋은 지배구조
정부가 획일화 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 역시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지난 2월 발표된 ‘2022년 업무계획’에서 ‘기업지배구조 관련 공시항목 강화’ 구상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3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규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의 경영 전략 중 하나인 지배 구조에 획일화 된 정답이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개선안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효율적으로 이윤 창출을 하는 지배 구조가 좋은 지배구조라는 진단이 나온다. 기업 지배구조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방침일 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법의 테두리’라는 것 역시 이른바 ‘반기업’에 기반 한 경우가 많아 전면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가 ‘친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같은 법안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모래 성 위에 쌓는 탑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배 구조는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일감 몰아주기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정부가 기업 간 거래를 좋은 거래 또는 나쁜 거래라고 규정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