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 부채에 따른 충격 민감도 높아져
국내 가계부채가 1860조원에 이르는 등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와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한국은행이 올해 연말까지 현재 연 1.5%의 기준금리를 최대 2.2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어서 특히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저소득층을 포함한 청년층, 자영업자의 잠재 부실 우려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 및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출구 전략 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규모와 증가속도가 세계 최상위권이며 자산가격과 가계부채 간 인과관계 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의 잠재 부실에 대한 출구 전략이 시급하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국내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9억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시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현재 국내 가계부채는 1860조원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9억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은행과 비은행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할부액을 비롯한 판매신용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채 비율과 지나치게 빠른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세계 주요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8.5%로 선진국(79.0%)과 신흥국(52.8%)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증가속도 역시 세계 1위다. 선진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는 2008년 말 76.1%, 지난해 1분기 79%로 2.9%포인트 올랐다. 반면 한국은 74.4%에서 108.5%로 34.1%포인트 증가했다. 신흥국의 경우 같은 기간 21.8%에서 52.8%로 31%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및 긴축정책 기조가 향후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어서 부채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도 당장 오는 26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2008년 10월 이후 13년 만에 4%대 후반을 기록한 '최악의 물가'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예고에 따른 한미 간 금리역전 우려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창용 총재도 최근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이례적으로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물가 오름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금리를 올려 경기 회복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고물가부터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올해 연말까지 3~4차례 인상돼 현재 연 1.5% 수준의 기준금리가 2.2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금리인상에 따라 채무상환 능력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청년층 및 자영업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1인당 연이자 부담은 평균 16만4000원 늘어나며, 1%포인트 상승하면 연이자 부담액은 65만5000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 부실이 확대될 경우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건전성 저하도 우려된다. 취약차주 대출 가운데 비은행권 비중은 지난해 말 60.6%로 비취약차주(39.8%)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취약차주 연체율도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 센터장은 "경기침체 전환으로 인한 가계소득 감소,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금융정책 기조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을 가계부채 부실요인 중 하나로 꼽으며 "가계부채 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국내 가계부문과 자산시장에서의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주택가격, 주가 등 자산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황에선 충격의 민감도 역시 상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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