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공공 기관 방만 경영 지적…지출 축소 지시
항공업계, 조합 재원 5263억 추산…공항공사 3900억 예상
황용식 세종대 교수 "국토부, 대통령과 대립각 세우는 꼴"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방만 경영을 일삼는 공공 부문 개혁이 필요하다며 지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양대 공항공사 출자금을 축으로 하는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윤 대통령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공공 기관 지출 규모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경영 혁신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350개에 달하는 공공 기관 부채가 지난 5년 간 급증해 지난해 말 기준 583조원에 이른다"며 "해당 조직 평가는 전 부처가 엄격한 기준 아래 추진해야 하며, 방만하게 운영돼온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에는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가운데 국토부 항공정책실 항공정책과는 항공산업발전조합(이하 항공조합)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항공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다음달 19일부터는 전면 시행된다. 국토부는 이달 말 경 항공조합의 실무를 맡을 '발기인 협의체'를 조직해 운영 착수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조합 임직원은 22명을 채용해 2개팀으로 나누고, 연말에 설립 등기과 개소식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국내 항공업계가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경제 위기나 감염병 등에 취약한데 비해 체계적인 금융 지원 시스템이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해양수산부가 관할하는 해운조합이나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모델을 참조해 항공업계 재무 압박을 해소해줄 기구를 만들겠다는 게 국토부 항공정책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이 2021년 8월 생산한 대외비 문서 '항공산업 발전조합 설립방안(안)' 중 일부./자료=업계 제공

본지가 입수한 국토부 항공정책실 대외비 문건 '항공산업 발전조합 설립방안(안)'에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특별 조합원 지위를 부여해 조합에 출자·출연토록 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항공산업발전조합 운영 자금은 각 조합원들로부터 갹출하는데, 여기에는 △11개 항공 운송 사업자(항공사) △지상조업사·급유·하역 등 89개 항공 취급업 △항공 정비업 △공항공사 등이 포함되며, 정작 이 사업을 주도하는 국토부는 빠져있다.

지난 3일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만난 김용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정부 지분 100%인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우리가 낼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항공업계 추산에 의하면 올해부터 2031년까지 10년 간 항공산업발전조합 재원은 5263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4년까지 양대 공항공사가 3년 간 500억원씩 총 1500억원, 공항시설사용료 등과 연계한 추가 재원은 2023년까지 200억원씩 총 400억원, 2024년부터 2031년까지는 연간 250억원씩 총 2000억원을 납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3900억원으로, 양대 공항공사가 항공산업발전조합 전체 재원의 74.1%를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당초 국토부는 1조원 규모로 항공조합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국토부는 매출액 기준으로 분담금을 매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항공정책과 관계자는 "연말 항공조합 창립 총회에서 결정될 사안이기 때문에 공항공사를 포함한 전체 출자 규모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항공조합은 항공사업법에 따라 '법인'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아니고, 설립 추진에 대해서는 변동 사항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조합의 운영 자금 출처 상당 부분이 공기업인 공항공사들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은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엄연한 공공 기관으로 못박아두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전경./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조합 관련 내용이 정책 기본 계획에 들어있어 실행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성과급 등 근무 평정(BSC, Balanced Score Card)상 불이익을 받을 것을 의식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운영비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따져보면 항공조합이 공공 기관이 아니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국토부는 항공산업발전조합이 법인이기 때문에 공공 부문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공항공사 출자분을 앞세워 조합 재정을 탄탄하게 하겠다고 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도 이를 그대로 강행한다는 건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헤게모니 싸움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국토부는 자신들이 공항공사들과 갑을 관계에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며 "'항피아(항공 마피아)'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1년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적자 규모는 각각 2740억원, 9300억원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에 처한 항공사들로부터 착륙료를 포함한 공항시설사용료 일체를 징수하지 못하게 한 정부 조치에 기인한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공항공사를 포함한 항공업계 전반이 아직도 코로나19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데, 국토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불요불급한 사업은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