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또 일본에 충격적인 참패를 당했다. 이러다 한국축구가 '공일증(恐日症)'에 시달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2승 1패로 일본(2승1무)에 밀리며 우승컵을 내줬다. 한국의 대회 4연패 겸 통산 6번째 우승은 불발됐고, 일본은 2013년 대회 이후 9년 만에 두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 한국 선수들이 일본에 실점한 뒤 낙담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경기 내용도, 전술도, 선수들의 개인기나 투지도 모두 일본에 압도당했다. 한국은 경기 내내 지칠 줄 모르고 압박해오는 일본의 기세에 완전히 눌렸다. 잦은 패스 미스, 미숙한 볼 터치, 공간 확보 실패 등 한국의 플레이는 허점 투성이였다. 

해외파가 빠지고, 중원 사령탑 황인범이 이적 문제로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해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해도 일본에 세 골이나 내주며 무득점으로 패한 것은 치욕적이었다. 지난해 3월 요코하마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도 일본에 0-3으로 졌던 벤투호는 2경기 연속 참패로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

한국은 전반까지는 일본과 0-0으로 맞섰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열세를 면치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날 권경원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려 황인범이 해왔던 역할을 맡기는 실험적인 전술을 구사했지만 대실패였다. 빌드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렸고, 공격 전개가 빨리 이뤄지지 않아 일본의 압박에 번번이 차단 당했다.

한국은 전반 슈팅을 단 한 개도 때리지 못했고, 일본 골문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다. 일본은 한국 진영에서부터 압박을 하며 계속 기회를 엿봤다. 전반 18분 소마 유키가 돌파 후 때린 왼발 슛이 골대를 맞아 한국은 간신히 실점을 면했다. 전반 33분 일본의 코너킥 상황에서는 조현우가 쳐낸 볼을 미즈누마 코타가 슛으로 연결했는데 조현우 정면으로 갔다.

후반 들어 3분만에 일본이 선제골을 가져갔다. 후지타 조에루 치마가 우측에서 반대편으로 띄워준 볼을 단신의 소마(166cm)가 달려들며 헤딩슛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한국 수비는 후지타도 소마도 전혀 마크하지 못했다.

   
▲ 일본의 소마 유키가 선제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일본이 리드를 잡자 분위기는 완전히 넘어갔다. 벤투 감독은 엄원상 대신 송민규를 투입해 답답한 공격 흐름을 바꿔보려 했다. 하지만 한국은 반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본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18분 일본의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사사키 쇼가 헤딩슛으로 다시 한국 골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한국 수비는 사사키의 점프 헤딩을 저지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22분 이영재와 조영욱을 추가로 교체 투입했다. 그렇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2점 차로 벌어졌지만 일본은 오히려 더욱 투지를 발휘하며 압박의 강도를 늦추지 않고 밀어붙였다.

결국 후반 26분 일본의 쐐기골까지 더해졌다. 고이케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내준 패스를 마치노 슈타가 달려들려 밀어넣었다. 한국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한국은 후반 31분에야 송민규가 처음이자 마지막 유효슈팅을 시도했다. 예리한 슛이었지만 일본 골키퍼 선방에 막혀 유일했던 찬스마저 날아가며 참패를 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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