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일본에 또 참패를 당했다. 두 번 연속 0-3으로 굴욕적인 완패를 했다. 축구팬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정작 '패장'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일본이 한국보다 잘했다"는 태연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26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졌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지만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 끝에 패하면서 일본에 우승컵을 넘겨줬다.

   
▲ 벤투 감독이 일본전 종료 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유효슈팅이 후반 31분이 되어서야 송민규가 쏜 단 1개 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한 압박을 걸어오는 일본의 플레이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고, 잦은 패스 미스와 미숙한 볼 처리로 답답함을 안겼고, 실점 장면에서는 허술한 수비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전술도, 개인 기량도, 체력도, 정신력과 투지도 모두 일본에 뒤진 결과가 참패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요코하마에서 열렸던 한일 친선전이 오버랩된다. 당시에도 한국은 0-3으로 졌다. 축구팬들은 '요코하마 참사'에 이어 '도요타 참사'라며 숙적 일본전 연속 0-3 패배에 분노하고 허탈해 했다.

벤투 감독은 일본전 연패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예상한 대로 치러진 경기였다. 앞선 두 경기(중국, 홍콩전)와는 전혀 다른 경기였다. 일본은 수준이 달랐다. 90분 내내 우리보다 잘했다. 타당한 승자라고 생각한다"고 일본의 축구 실력을 칭찬했다.

이어 벤투 감독은 "우리도 최선을 다했지만 실수가 많았다. 이런 경기에서 실수가 많으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 오늘 경기를 잘 분석해서 월드컵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얘기했다.

감독으로서의 경기 내용 분석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참패로 끝난 한일전의 감상평처럼 들린다. 예상은 했지만 대비는 전혀 못한 데 대한 반성은 없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이 많은 실수 외에 패인이라고 꼽은 것은 "이번 대회에는 국내파가 주로 나섰다"는 것이었다. '손흥민 없으니 골을 못 넣고, 김민재 없으니 3골이나 먹었다'는 말과 마찬가지인데, 감독이 할 얘기는 아니다.

대회의 특성상 국내파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고, 감독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갖고 상대팀에 맞는 전술과 선수 기용으로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내야 할 책임이 있다. 더군다나 유럽파가 훨씬 많은 일본도 이번에 국내파들로 대표팀을 꾸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벤투 감독은 동아시안컵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듯했다. 카타르 월드컵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오로지 월드컵 본선에 초점을 두고 이번 대회 경기 운영이나 선수 기용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팀도 아니고 일본에 두 차례 연속 0-3 완패를 당한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도 계속 경쟁 관계로 마주칠 숙적이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일본이 잘하고 우리는 못했다'는 안일한 얘기보다는 어떤 문제가 있으니 어떤 대책을 세우겠다는 한국대표팀 사령탑다운 자세를 보여줬어야 한다.

벤투 감독이 한국의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끈 것보다 일본전 연속 참패의 수모를 안긴 감독으로 기억되는 것은 한국축구에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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