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기울어진 운동장 속 '졌잘싸' 유령과 고군분투
방탄개정, '사당화'·'내로남불' 위기에 당 정체성 지켜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권도전이 28일 막을 내렸다. 박 의원은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생)’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용퇴론이 부각되던 시기 세대 교체 기수로 출마했다.

그러나 직전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과의 체급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비전을 펼치진 못했다. 다만, 박 의원은 당이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자생당사에 경종을 울려 당의 미래를 책임질 정치인으로 부상하게 됐다.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위원이 6월 30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박 의원은 민주당이 대선과 지선에서 연패하며 쇄신의 필요성이 커지던 시기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등장했다. 

그는 지난 6월30일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란 체념을 박용진이라는 가슴 뛰는 기대감으로 바꾸겠다”며 어대명으로 기울어진 차기 전당대회에 발을 들였다.

혈혈단신으로 당권 도전에 나선 박 의원은 ‘도덕과 정치적으로 깨끗한 강한 민주당’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패착인 내로남불에 선을 그었다. 더불어 그는 패배에 대한 성찰대신 0.73%석패를 앞세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노선의 끼리끼리 정치행태도 과감 없이 지적하며 쇄신의 총대를 멨다.

특히 그는 “민주당은 절차를 무시하는 편의주의, 자기와 친한 사람만 따로 하는 패권주의,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끼리끼리 정치를 배격해야 된다”면서 사익을 채우는 민주당이 아닌 소수와 약자를 대변하던 국민의 민주당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흔들리는 당의 정체성을 되짚기도 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8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하지만 박 의원이 내세운 비전들은 반명 노선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해 어대명의 그늘에 좌절하게 됐다. 박 의원의 도전이 좌절되자 강성 팬덤을 중심으로 계파도 팬덤도 없는 후보의 이란격석(以卵擊石)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더불어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비하발언인 ‘수박’이라는 조롱도 나오게 됐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의원의 도전에 이 같은 차가운 시선과 달리 비록 깨졌지만 흔적을 남겼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이재명 방탄법’으로 비판받는 당헌 80조의 ‘기소 시 직무정지’ 조항 삭제를 시도했다. 더불어 당의 최고 의사결정 방법을 ‘권리당원 전원투표제’로 변경하는 당헌개정을 추진했다. 

   
▲ 8월 27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박용진 당 대표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전당대회 이슈에 묻어가기 식 당헌 개정에 ‘사당화’ 시도라는 비난이 분출했다. 하지만 팬덤과 계파를 등에 업은 주류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당헌 개정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의원은 주류의 비난을 감수하며 당헌 개정 강행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부결을 이끌어 내 자생당사로 얼룩졌던 민주당에 선당후사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증명했다.

이에 박용진 후보의 당권 도전은 좌절됐음에도 불구, 반명 노선에 가려져 펼치지 못했던 그의 혁신의 가치가 부각돼 당의 미래를 이끌 인물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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