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반도체 출하량이 줄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출하량 역시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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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최근 공급 과잉과 재고 증가로 3분기 소비자용 D램 가격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약 70%, 낸드플래시는 53%에 달한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증권가의 3분기 실적 전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매출 79조5883억 원, 영업이익 13조399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7.58% 늘고, 영업이익은 15.29% 감소한 수치다.
SK하이닉스 3분기 매출은 13조93억 원, 영업이익은 3조216억 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10.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57% 감소한 금액이다.
반도체 경기가 하락한 것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PC, 가전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출하량이 감소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중 분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상승 등 악재가 겹쳤다는 진단이다.
올해 초 D램 수요 증가율을 높게 잡았던 점도 재고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당초 업계에서는 D램의 수요 증가율을 18%로 전망했지만, 실제 증가율이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과잉 공급된 D램이 고객사의 재고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가격 하락과 구매 축소, 공급사의 재고 증가라는 악순환의 결과를 낳았다.
D램 수요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 스마트폰 업황 개선이 우선순위로 꼽히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연말까지 이어져 단기간 내 중국 내수 경기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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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지난 5월 30일 SK하이닉스 본사에서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과 반도체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때문에 이 같은 반도체 하락 국면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인 설문조사에서도 21명 이상이 반도체와 관련 된 현 상황을 ‘위기’라고 답했다. 또 다운 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향후 1~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산업의 출렁임이 주로 일시적 대외환경 악화와 반도체 사이클에 기인했다면, 이번 국면은 언제 끝날지 모를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최전선에서 실적 악화를 감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투자를 감행하거나, 업황을 지켜보며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은 지난 7일 평택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업황이 좋지 않고 내년에도 좋아질 수 있는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시황에 맞게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선제적 투자를 택했다. 이 회사는 2024년부터 메모리 업황이 회복돼 2025년부터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향후 5년간 15조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공장 M15X를 짓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기업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시나리오에 맞게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의 근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최근 반도체에 대한 기업투자와 인력양성을 약속해 다행”이라면서도 “해외기술기업 투자‧인수를 위한 제도 개선과 반도체 경쟁국 사이에서의 세련된 외교 등 반도체분야 초격차 유지를 위한 보다 근원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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