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제성장률 1% 그칠 것…원화 가치는 약세
위기 극복 위해 낡은 규제 혁파, 노동 시장 혁신 필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글로벌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에 그치는 등 경제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석유, 화학 등 수출 주력 업종 전망이 어두워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7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격랑의 한국경제, 전망과 진단’이라는 주제로 ‘2023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를 개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전경련은 내년도 국내외 경제 및 주요 산업별 전망을 통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IMF 등 국제기구들이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수출 위주의 회복세를 보인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1%에 그치는 등 경제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석유, 화학 등 수출 주력 업종 전망이 어두워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내년도 경제성장률 1%, 기준금리 3.75%, 원화가치 약세

조동철 KDI 교수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8월 기준 2.1%이나, 전망치를 1%대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요인으로 수출 증가세 축소, 가계부채 부실화에 따른 민간소비 둔화를 꼽았다. 

조 교수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출 증가율이 상당폭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민간소비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방역완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 취약계층들이 한계상황에 직면했고, 주택가격 조정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내년 초 미국 정책금리 상단은 4.75%, 한국 기준금리는 3.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원화 가치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박석길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당분간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은행도 미국과의 과도한 금리 차이를 방지하기 위해 11월부터 향후 세 차례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씩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환율과 관련해서는 주요 교역국의 통화 약세가 지속되고 무역수지의 회복 속도도 더딜 것으로 보여,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원화 가치가 약세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2분기 바닥 찍고 반등 예상…자동차는 손익 악화 전망

반도체산업은 소비자용 시장수요 부진 및 수요처들의 재고 조정 여파로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데, 서버 수요 역시 약세로 전환됨에 따라 올해 4분기부터 강도 높은 재고 조정이 예상된다. 

그 영향으로 내년 DRAM과 NAND는 공급업체들이 보수적으로 설비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DRAM은 2023년 하반기, NAND는 2023년 2분기 중에 업황이 바닥을 찍고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 2년간 반도체 공급 부족과 누적 대기수요로 낮은 재고·인센티브의 수혜를 봤다. 다만 내년에는 자동차 생산이 정상화 되더라도, 소비 위축으로 수요가 하향 정체해 재고·인센티브가 상승하고 업종 손익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내년에는 테슬라가 자율주행시스템 HW 4.0을 도입하고, 새로운 인공지능 발전을 예고하는 등 기술 진화의 변곡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기존 완성차 업계의 기술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철강은 올해와 비슷…석유화학 업계는 삼중고 예상

국내 철강 수요는 자동차 생산 증가와 선박 건조 확대로 자동차, 조선의 수요 호조가 기대되는 반면, 주택거래 위축 및 경기침체 우려로 건설, 가전 등의 수요 부진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 수요는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철강 수요는 올해 러·우크라이나 전쟁,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체적으로 부진했지만, 내년에는 중국의 인프라 프로젝트 증가 및 부동산 시장의 완만한 회복에 힘입어 소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화학 업계는 삼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원가 부담이 높아 금리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 중국의 공급 증가가 겹쳤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카타르 LNG 운반선 잔여물량 및 모잠비크 프로젝트(대기 중) 등 LNG 운반선 발주에 따른 신조선가 상승이 2분기까지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3분기부터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 회복 및 중국 정유 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른 탱커 발주 재개에 힘입어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기계업종은 러·우크라이나 전쟁발 군비 증강 기조 및 건설 수주 증가에 따른 방위산업 및 전력기기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한국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과다한 민간부채 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지출을 늘리기에는 재정 건전성이 문제고,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건도 안 되기 때문에 거시정책 카드가 마땅치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해법은 불합리한 규제 혁파, 세계 최하위권인 낙후된 노동시장 혁신, 국회에 계류 중인 법인세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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