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자 감축 안해…계획대로 투자 추진 중
LG전자도 전 사업 본부 설비 투자 이어나갈 계획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주요 기업들이 투자 계획 재검토에 들어가고 있다.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계획된 투자를 변동 없이 실행할 방침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경기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사진=미디어펜


그는 시설투자 감축 계획에 대해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한 적도 없고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디바이스경험(DX) 부문뿐 아니라 반도체(DS) 부문도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앞서 경계현 DS부문 사장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투자와 관련된 질문에 “투자를 업 앤 다운에 의존하기보다 꾸준한 투자가 더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 페이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마이크론과 인텔, 엔디비아와 퀄컴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실적 부진에 따른 조치로 투자 감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같은 기간 대비 69% 감소한 4조3000억 원의 영업 실적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도 투자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거듭 ‘감산 계획이 없다’는 의지를 표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정은 반도체 사업이 기술 축적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현재의 실적과 관계없이 글로벌 경쟁을 위해 투자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기술이 축적되지 못하고, 생산 기폭이 생기게 되면 국제 경쟁에서 바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영업 실적에 일희일비하기 보단, 계속해서 계획된 투자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특징이라는 의미다. 

홍 교수는 “2년만 지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 현지 생산 중심의 반도체 산업이 문을 열게 될 것”이라며 “그런 체제 하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부터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잠시 주춤한 영업 실적은 투자와 연계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 트윈타워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반도체 기업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LG전자 역시 투자 감축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CES 2023’에 참석해 “내부적으로 반성할 부분은 많지만 이기는 성장과 변화 중에 있다고 본다”며 “투자를 줄이거나 하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특히 전장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 글로벌 경기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장 사업은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했고 가속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10년의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전장 사업은 지난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3분기 9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4분기에도 흑자를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1.2% 줄어든 655억 원을 기록해 ‘어닝 쇼크’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런 와중에도 전장 사업은 흑자를 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 같은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기준 LG전자 매출의 20%를 전장 부품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고부가제품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영업 실적에 따라 투자 계획을 수정하기 보단,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를 지속한 LG전자의 뚝심 덕분이라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LG전자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의식해 투자를 줄이기보단 계획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주완 사장은 “LG전자 전 사업본부가 설비 투자를 줄일 계획은 없다”며 “제품 생산지를 변동할 가능성은 있으나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스마트팩토리 구축 관련 투자는 예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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