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28일 하버드대 일문일답서 "'워싱턴 선언' 지속가능성에 확고한 믿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워싱턴 선언에는 미 행정부의 의무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 의무가 있다. 우리는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NPT를 존중하고 이런 것이다. 미국의 핵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북한의 구체적 핵 위협에 대해 어떻게 실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대한민국 참여하에 서로 협의해서 방안을 마련하고 또 거기에 입각한 훈련과 연습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효력이 바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보스턴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연설 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의 토론 및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번 '워싱턴 선언'에서 밝힌 확장억제 강화의 효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질의응답에서 '미국에도 대선이 있고 정부가 바뀔 수 있는데, 상황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 묻자 "저희가 맞닥뜨려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가피한 선택 방안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바뀔 수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답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확장억제란 개념은 나토 핵 공유 이후에 나온 개념"이라며 "그래서 나토 핵 공유하고 조금 다르긴 하지만, 실효성 면에서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의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확장억제란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서 그치지를 않고 어느 특정 국가와 문서로서 정리된 가장 첫 번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며 "그래서 저는 워싱턴 선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 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핵이라고 하는 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경제학과 정치·경제 방정식이라는 게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다"며 "그런데 국내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북한이 저렇게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하자'는 여론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이 지금 눈앞에 와있고, 아주 구체적이고, 마치 그 전쟁 상황이라고 한다면 '라운드 하우스'처럼 적이 바로 앞에 와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실효적인, 과거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이날 윤 대통령에게 '앞으로 북한 핵무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묻자,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그런 선언이 결코 아니다"라며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부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국제사회에서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라고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만약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대한민국도 핵을 보유하고 양자 간 핵 군축이란 문제만 남을 수 있는 것인데, 저는 북한의 핵 보유, 북한의 핵 문제를 비핵화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군축으로 접근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문제는 핵을 사용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분명히 인식시킴으로써 핵 사용을 저지하는 것이 북한에 대한 대응"이라며 "그들이 핵을 자기들의 권력 생존 수단으로 인식하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 사용을 억제해서 대한민국 국민과 주변국 그리고 인류의 생명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조지프 나이 석좌교수가 윤 대통령에게 "워싱턴 선언에 따르면 한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과 동등하고 대등한 취급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성명을 발표하면서 워싱턴 선언을 규탄했다. 한중 관계는 악화할 것인가"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늘 상호 존중에 기반해서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조심스레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 개발이 고도화되고, 유엔(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결의에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도 협조를 충분히 하지 않은 탓에 핵 위협이 대단히 구체화되고 위협적이고, 또 거기엔 한국뿐 아니라 일본·미국도 함께 노출돼있기 때문에 (워싱턴 선언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고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채택하고 나섰다.

특히 '워싱턴 선언'은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으며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잠재적인 공격과 핵 사용에 대한 방어를 보다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포함해 확장억제에 관한 정부 간 상설협의체를 강화하고, 공동 기획 노력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하버드대 연설 후 나이 교수 및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한중 관계의 전망, 북핵 대처,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의 업그레이드, 효력-실효성-지속가능성에 대해 분명히 밝히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