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당시 선체진입 불허한 헝가리 당국과 비교
반복되는 '안전 참사', 시신 수습에 열악한 환경 속 인원 투입해야 하나?
재발방지, 장비·계획 완비 관건…산자가 사자 위해 위험 감수할 이유 없어
   
▲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시신 수습이 먼저인가, 언제까지 실종자를 찾느라 산 사람들이 죽어나가야 할까.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일화가 들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순직을 진심으로 애도한다"며 외아들을 황망히 잃은 유가족과 전우를 잃은 해병대 장병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렸지만,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러한 약속을 지키려면 간단하다.

안전 장비와 계획을 완비해 구조 수색 투입인원들의 안전을 철저히 지킨다는 대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난 2020년 2월 15일 한강으로 뛰어든 투신자 수색을 위해 한강에 잠수해 수색하다가 교각의 돌 틈에 몸이 끼어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숨진 한강경찰대 수상고조요원 고 유재국 경위의 사례 또한 이번 채수근 상병과 유사하다.

어처구니 없는 황망한 희생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실종자 수색에 최대한의 안전을 기해야 한다. 이는 군인·경찰·소방관 등 안전 구조 업무에 투신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채수근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2023.7.20 /사진=연합뉴스


여론에 떠밀려 아무 현장에나 막 투입해선 안되는 것이다. 누구나 무조건 동원해도 된다는 생각은, 오히려 '시신 수습에 산사람의 목숨을 걸라'는 강요나 다름 없다.

이번 사고에 지난 2019년 한국인 승객 25명이 숨진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당시에 헝가리 당국은 선체 내 진입 수색을 불허했다. 선체 내에 진입해 수색에 임하면 잠수부 구조대원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다른 나라에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지만, 한국에서는 지금껏 그러지 못했다. 세월호 등 국내에서 각종 재난 재해 대형사고가 일어났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신이 100구라도 그것을 건져내는데 위험한 환경이면, 산 사람 하나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선 안된다. 그게 상식이다. 시신을 중시하는 생각은 죽은 자가 산 자를 지배하는 구습이다.

고 채수근 상병의 사례에서 해병대 정신은 고사하고 한국사회의 전근대성와 의식의 낙후함이 읽힌다. 실종자는 시체를 찾지 못했다 뿐이지,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신을 수습해 유가족에게 공감, 연민을 보내 최대한의 예를 갖추겠다는 생각은 근절되어야 마땅한 악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