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부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오는 2025년으로 예정하고 준비 중인 가운데 의무화 시기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공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20일 경영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ESG 공시 기준의 적용과 공시 의무화 일정을 담은 ‘국내 ESG 공시 제도 로드맵’을 구상 중에 있다. 이는 지난 6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속가능성 및 기후공시의 글로벌 표준 최종안’을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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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오는 2025년으로 예정하고 준비 중인 가운데 의무화 시기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공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진은 서울 빌딩숲 모습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ESG 공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경영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ISSB의 발표 이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역시 지난 7월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의 최종안을 통과시켰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올해 안에 기후 공시 규칙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공시 제도를 추진하기에 앞서 산업 현장에 초래될 위험 부담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이에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최근 이 같은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경총은 “ESG 공시 의무화 시기는 제조업 중심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장기간 소요되는 전사 시스템 구축, 협소한 탄소배출 검·인증 시장, 열악한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여건 등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후 관련 IFRS 공시기준은 종속 자회사 뿐만 아니라 실질지배력이 없는 지분법 대상 기업들의 탄소배출량까지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인도, 동남아, 중남미 등 개도국에 배치돼 있어, ESG 인식 및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개도국 현지로부터 당장 신뢰성이 담보된 연결 데이터를 집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기업들이 최근에 확정된 IFRS 공시기준에 부합하는 원천 데이터를 전 세계 사업장에서 주기적으로 집계·검증할 전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여기에다 국내 탄소배출 인증시장은 향후 폭발적 수요를 감당하기에 협소한 상황이어서, ESG 공시 의무화를 조기 시행할 경우 기업의 과도한 초기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
열악한 재생에너지 인프라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재생에너지는 탄소 간접배출량의 주요 감축수단이나,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여건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열악한 상황이다.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우려는 해외 주요국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도입 관련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한 국가는 금융업 중심의 싱가포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에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2025년으로 예정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최소한 3~4년 정도 늦추고, 이 기간 동안 개도국을 포함한 주요국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정부와 기업이 세부 공시기준 마련과 시스템 구축 등 충실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역시 전날 열린 K-ESG 얼라이언스 회의에서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이 납득할 만한 기준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 정부가 2025년을 예정으로 한 ESG 공시 의무화를 늦출 필요가 있다”며 “공시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고,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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