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민주당 김영호 의원 폭로하자마자 즉각적인 신속대응
윤 대통령 의중 반영…대통령실 참모진 의혹에 엄중한 조치
중동 순방 직전 '논란 확산' 사전 차단…지지율 하향세도 '한몫'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폭 문제가 오늘 국회 교육위 국감에서 제기됐습니다. 대통령실은 즉각 해당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를 위해 내일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 수행단에서 해당 비서관을 배제 조치했습니다." (10월 20일 오후 2시 25분 이도운 대변인 브리핑)

"오늘 자녀의 학폭 의혹이 제기된 의전비서관은 부모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고, 즉각 수리됐습니다." (같은날 오후 6시 이도운 대변인 브리핑)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빠른 결단이었다.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에 대한 사표 수리 말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7월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리텍스포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도착해 도어스테핑을 앞두고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특정 의혹이 제기된 당일에 순방단 배제 및 조사 착수, 사표 제출과 수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윤 대통령 입장에서 대통령실 참모진의 의혹에 보다 엄중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려는 차원으로 읽힌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번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김 비서관을 업무에서 일체 배제하고 공직기강실 조사에 착수했는데, 이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러한 재빠른 조치는 지난 1년 5개월 간의 용산 대통령실 운영에 있어서 처음 벌어진 일이다.

또한 윤 대통령이 이날 즉각 김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한 배경은 대통령 순방 전 '자녀 학폭'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파문 확산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순신 변호사의 자녀 학폭 논란을 계기로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 자녀의 학폭 사안을 엄중한 잣대로 바라보고 있어왔다. 지난 5일 대통령실은 '본인, 배우자, 직계비속이 학교폭력 관련으로 문제가 제기된 사실이 있거나 논란이 예상되는 사항이 있는가'라는 문항을 추가한 공직후보자 검증 사전질문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거듭되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향세이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민심을 사기 쉽지 않은 상황에 이번 악재가 터지자, 대통령실이 이날 하루동안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잇달아 열고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김 비서관은 임명된지 6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당장 21일부터 4박 6일간 이루어질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에는 외교부 의전장이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역할을 대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번 전격 사퇴의 시발점은 국회 교육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의 의혹 폭로부터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7월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리텍스포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장에 도착해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우측 끝)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은 회의를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김영호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교육위의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김승희 의전비서관의 초등학교 3학년 자녀가 2학년 후배 학생을 폭행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고 출석정지 조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가해자의 아버지는 김 비서관으로, 항간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사건 직후 학교장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의 출석정지가 이뤄졌지만, 학교폭력 심의는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어서야 개최됐다"고 폭로했다.

특히 김 의원은 "(학폭위에서) 강제 전학이 아닌 학급교체 처분이 이뤄졌다"며 "가해 학생은 3학년이고 피해 학생은 2학년인데 무슨 실효성이 있겠는가, 피해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장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의 출석정지 처분이 내려진 날, 김 비서관 부인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이 남편과 (윤석열)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으로 교체됐다"며 "대통령 측근의 위세를 과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 비서관이 이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고 수리되면서, 공직기강실 진상 조사에 따른 징계는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비서관은 별정직 공무원이라 규정이 다르게 적용되어, 감찰 기간 중 사표 제출시 면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 사퇴로 인한 이번 순방에서의 일정 진행 공백을 대행 역할인 외교부 의전장과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실 직원들의 긴밀한 협력으로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