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 논의 없었는데 민주당 '총선 볼모'된 노동조합법
협상주체·범위 노사 틀 뒤바꿔…사측 고유 권한에 노조 개입
파업 손해배상청구도 제한…대통령실 "본회의 통과, 거부권 유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노조측에선 '노란봉투법', 사측에선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비판 받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처리가 임박했다. 거야 독주 체제다. 168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이번 거야 독주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과시키려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노사협상의 주체부터 범위까지 모든 틀을 뒤바꿔놓는다. 이미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듣는 노사 관계를 완전히 파탄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노동조합법 2조 2호)해 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청 기업에 대해 하청 업체들이 교섭 요구 및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이는 하청업체나 협력사 직원들이 파업까지 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수많은 원청-하청 관계로 이뤄진 국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제조 대기업의 경우, 하청 업체는 수천 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들 노조가 각각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을 벌이면, 대기업이라도 감당할 수 없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023년 10월 3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가진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 및 홍익표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노동조합법 2조 5호에서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 또한 문제다. 근로조건 등 이익 분쟁에서 해고자 복직과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 권리분쟁으로 확대시킨다.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한 것인데, 이는 사법 절차로 해결해야 하는 권리분쟁을 비롯해 경영상 판단인 투자 결정 및 사업장 이전까지 쟁의행위의 대상이 된다. 모든 일에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배상의무자별 손해배상책임을 명시한 3조 2항 개정이다.

지금까지는 불법파업을 행한 노조를 상대로 사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해왔다. 그런데 이 법 개정안에 따르면, 조합원별로 기업이 불법행위와 구체적인 손해 발생액을 명시해야 한다. 귀책 사유 및 기여도 등에 따라 책임을 다르게 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완전히 제한하는 문제점을 낳는다. 기업은 수사권이 없다. 파업 참여자인 노조원 개인, 제각각의 행위를 정확히 규명하기 불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해야 한다는 엄명이다. 결국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자체를 막게 된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기세등등하다.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와 협치를 정반대 포지션에 놓고 엄포를 놓을 정도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계속 오만과 독선으로 갈지, 협치와 대화를 할지는 거부권 행사 여부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했던 지난달 31일 간담회에서 홍 원내대표는 "거부권 사용에 신중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입법에 있어서 '거야' 민주당의 독주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또다시 행사하게 만들어서 정치적 부담을 더 지우고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정략적 의도로 읽힌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제헌 헌법에서부터 명문화된 국회 입법권에 대한 견제수단이자,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이는 자유를 파괴하는 중우정치에 맞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질서를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밝힌 4가지 원칙은 헌법, 국민 세금, 국민 영향, 여야 합의 여부다. 9일 국회 본회의장,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기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