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전예산 1814억 복원 vs 野, 지역화폐·새만금 등 1.2조 증액
총지출 증액 없이 예산 합의, 미래·민생 예산 확보했지만…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1년만에 45.5%→47.5%로 늘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야가 법정 처리 시한보다 19일 늦은 지난 20일 오후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극적 합의했지만, 이를 집행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마뜩찮은 짐을 안게 됐다.

내년도 예산안을 정부안(657조원) 규모대로 유지해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고는 하지만, 일부를 증액하고 감액하는 등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이라 향후 정부가 총지출 규모를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총지출 증액 없이 예산에 합의했고, 미래 성장 및 민생 예산 확보에 방점을 두었다고 하지만, 앞으로 1년간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부처 각 장관들이 고군분투해야 할 대목이다.

이번 내년도 예산안 합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여러가지로 꼽힌다.

우선 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2.8%로 정부안을 유지해 재정 건전성을 방어해냈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반영해 원전 관련 예산 1813억원을 복원했다.

또한 여야 양측의 입장을 함께 반영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정부안 대비 6000억원 증액했다. 다만 이 연구개발 예산은 전년도 대비 4조 6000억원 감액한 것으로, 앞으로 정부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대통령실 특별활동비는 원안을 유지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 20일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마지막으로 야당의 주장을 반영해 '이재명 예산'이라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정부안 대비 3000억원 증액했다. 새만금 관련 예산 또한 정부안 대비 3000억원 증액했다. 반면 윤 대통령이 국제외교 차원에서 추진해온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2500억원 감액하고 나섰다.

이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원전예산을 1814억원 복원하는데 그쳤고,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화폐와 새만금 등 1조 2000억원을 증액했다. 집권여당 보다 제1야당이 7배에 달하는 예산을 반영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현 국회 권력이 어디에 가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실제로 총지출 규모는 정부안을 유지했지만,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정부안 대비 4조 2000억원을 감액했다. 민주당이 여러 항목에서 후려치고 감액한 것에 따른 여파다.

이번 합의에서 다행인 점은 국가채무 및 국채 발행 규모를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아 재정 건전성 하나만을 방어해 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점은 다가올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확 와닿지 않는 것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 입장에선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내용이다.

특히 민주당은 윤정부의 두번째 예산안에 대해 "마구잡이로 책정된 묻지마 예산 편성"이라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 이목을 끌었다.

이번 여야 합의를 통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방어했다지만, 한국의 부채 비율은 상상 이상으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1%에서 101.7%로 줄어들었지만, 기업부채 비율(117.6→123.9%) 및 정부부채 비율(45.5→47.5%)이 함께 늘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말 273.1%로, 전년 동기대비 4.9%p 높아졌다. 지난 1년 사이 OECD 31개국 중에 총부채 비율이 상승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가계-기업-정부 모두 부채가 위험 수위인 것이다.

당장 총선을 치러야 하지만, 총선을 마친 후 윤 대통령이 앞장서고 민주당을 설득해 정부 부채를 줄이는 과정으로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 이상 정부 부채가 늘지 않도록 선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