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조규성(미트윌란)의 아시안컵은 이제 시작된 듯하다. 조별리그에서의 부진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으며 마음고생을 했던 조규성이 16강전에서 드라마틱한 동점골로 탈락 일보직전의 한국대표팀을 구해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겨 8강 진출에 성공했다.

   
▲ 조규성이 사우디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한국의 극적인 승리였다. 후반 시작 직후 사우디에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만회를 하지 못하다가 10분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도 1분여밖에 남지 않았을 때 조규성의 동점골이 터져 기사회생했다. 

조규성은 이날 사우디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으나 스트라이커로서 몇 차례 좋은 찬스를 놓치며 골을 넣지 못했고, 팬들의 집중적인 비난에 시달렸다.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벤치 대기하던 조규성은 0-1로 뒤진 후반 19분 이재성 대신 교체 투입됐다. 골이 필요해진 클린스만 감독이 조규성 교체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조규성은 계속 골을 노렸으나 결정적 헤더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골대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보이다 추가시간이 9분 가까이 지났을 때 설영우가 머리로 넘겨준 패스를 문전에서 헤더슛해 동점골을 뽑아냈다.

승리를 눈앞에 뒀던 사우디를 허탈하게 만들면서 관중석 거의 대부분을 채운 사우디 응원 팬들을 침묵시킨 한 방이었다.

   
▲ 조규성이 동점골을 터뜨린 후 황인범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AFC 아시안컵 공식 SNS


그동안 조규성의 마음고생을 곁에서 지켜본 동료들은 격하게 축하해줬고, 캡틴 손흥민은 조규성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한국은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조현우 골키퍼의 두 차례 선방으로 4-2로 승리, 힘겨웠지만 짜릿하게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조규성은 승부차기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세번째 키커로 나섰는데, 선축한 사우디의 3번 키커 슛을 조현우가 막아낸 직후였다.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도 조규성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승부차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조규성이 좋은 활약을 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이 열렸던 곳이다. 당시 가나전에서 한국은 2-3으로 아쉽게 패했지만, 한국의 2골을 모두 조규성이 넣으며 스타로 떠올랐다. 조규성은 스타로 발돋움했던 좋은 기억이 있는 이 곳에서 천금의 아시안컵 첫 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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