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산정오류 대거 발견…박용진 의원 "불완전 판매 여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이번 ISA 수익률 논란의 본질은 '부풀리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수익률을 실제보다 낮게 발표한 곳도 많으니까요. 그보다는 당국의 '그림'에 맞추려고 금융사들이 무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에 가깝습니다."

금융회사들의 ISA 수익률 오류 논란에 금융당국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국이 주도한 'ISA 붐'에 호응하려다 결국 사고가 났다는 지적이다.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에서 시장의 신뢰까지 잃어버려 당국의 '옥동자'로 각광 받던 ISA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불완전판매 또한 여전한 가운데 당국은 감시 체제를 강화할 의사를 드러냈다.

5일 오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 기자실에서 개최된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ISA 수익률 논란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다. 그는 "최근 ISA 수익률 비교 공시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고 가입자 분들에게 송구스럽다"면서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 5일 오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 기자실에서 개최된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ISA 수익률 논란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다. /금융위원회


임 위원장은 "기업은행의 수익률 오류에 대한 지적으로 촉발된 이 문제는 수익률 공시 자체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ISA 상품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는 사안"이라며 "비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 사례는 아니었지만 신뢰와 정확성이 생명인 금융회사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8일 기업은행이 'ISA다모아' 홈페이지에 '고위험 스마트 모델 포트폴리오(MP)' 상품의 3개월 수익률을 2.05%라고 공시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은행권 일임형 MP 중 1위를 기록한 이 수익률에 대해 한 시중은행은 '수익률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기업은행 내부 조사결과 실제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다른 증권사와 은행들의 일임형ISA 수익률에 대해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총 7개 금융회사에서 공시 오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임형ISA 운용에 좀 더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기대됐던 증권사들까지 수익률 산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기업은행을 제외하면 다른 은행들은 수익률 산정에 문제가 없었다. 대신 하나투자증권, 삼성증권, HMC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등 6개 증권사의 산정 오류가 추가 발견됐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번 해프닝이 수익률 오류에 대해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부풀리기'와는 다른 패턴이었다는 점이다. 

현재 일임형ISA를 판매 중인 금융사 19곳의 150개 상품 중에서 수익률 오류가 드러난 것은 총 47개였다. 이 중에서 25개의 수익률은 실제보다 높게 공시됐지만 22개는 실제보다 수익률이 낮게 공시됐다. 이는 금융사들이 '고의로' 수익률을 허위 공시한 것은 아니라는 정황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제의 원인은 '기준일'에 있었다. MP 내에 실제 상품을 편입한 날부터 수익률 계산을 하는 게 원칙임에도 '상품 출시일'을 기준으로 하는 등의 착오가 수익률에도 영향을 준 것. 너무 초보적인 실수이기 때문에 전문성 논란이 이는 것은 불가피했다.

사안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면 금융사들의 '조바심'도 한몫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 금융사들의 경우 내부검증 없이 곧바로 공시를 강행해 탈이 났다"면서 "ISA에 대해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가 강하다보니 언젠가는 생길 수밖에 없었던 사고"라고 풀이했다.

금융당국의 '옥동자'로 불리며 각광 받았던 ISA는 유독 출시 초기부터 불완전 판매나 과잉 경쟁 논란이 많았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ISA를 홍보하고 판매를 독려하면서 금융사들 또한 과도한 부담을 갖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직원들의 영업 스트레스가 과도해지자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노조가 'ISA 판매 할당금지'와 '은행KPI(핵심성과지표)에 ISA실적 반영금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은행이 하반기부터 ISA 실적을 KPI에서 빼기로 하는 등 몇몇 은행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수익률 오류 논란으로 촉발된 신뢰성 하락은 앞으로도 회복할 길이 난망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ISA는 5년짜리 마라톤 상품인데 당국의 조바심에 맞추려다 보니 너무 일찍 사고가 났다"면서 "시장 반응이 미지근한데 수익률 논란으로 신뢰성에까지 타격이 생겨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우려했다. 

당국 한 관계자는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이제부터라도 감시체제를 강화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ISA 미스터리쇼핑' 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금융사들이 불완전 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은행 13곳 중 11곳, 증권사 14곳 중 4곳이 ‘미흡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