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상품 수익률 낮아 '전문성' 논란…"아직은 초기" 반론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권 '일임형ISA' 운용 성적표가 기대 이하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상당수 상품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전문성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은행들이 서둘러 '투자일임업' 영업을 시작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아직 초기인 만큼 지나친 비판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나온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국민은행‧우리은행 등이 내놓은 일임형ISA 상품의 상당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협회가 제공하고 있는 비교공시사이트 'ISA다모아'에 접속해 ISA 비교공시 메뉴를 선택해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 은행권 '일임형ISA' 운용 성적표가 기대 이하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미디어펜


'ISA다모아'에 따르면 7월 11일자 기준으로 국민은행 '고위험' 상품 2개, '중위험' 상품 2개, 신한은행 '고위험'과 '중위험' 상품 각각 2개, 우리은행 '초고위험' 상품 1개 등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전부 지난 4월 11일에 출시됐다. 3개월 만에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 특히 위험도가 높을수록 수익률도 낮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경향을 보였다.

일임형ISA의 경우 투자상품에 익숙하지 못한 투자자들을 위해 투자전문가들이 모델포트폴리오를(MP) 짜서 자산을 운용한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가장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ISA 상품유형이기도 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은행권의 부진한 성적은 꽤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객들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실력이 '기대 이하'라는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우려한 듯 개인금융(PB)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KEB하나은행은 아직 일임형ISA를 내놓지 않았다. 원래 이달 초 상품을 내놓으려고 했지만 돌연 10일 이후로 출시 일자를 늦췄다.

기업은행의 경우 MP 현황과 수익률에서 허위정보를 게재해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은행들의 전문성에도 큰 흠집이 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ISA 공시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해 또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은행은 고객들의 큰 신뢰를 받고 있고 ISA 영업에서도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기관"이라면서 "신뢰도의 핵심인 수익률 공시 측면에서는 어떠한 오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일임형ISA 성적부진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ISA 출시 직전에야 일임형 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투자일임업' 자격을 은행권에 부여하지 않았느냐"면서 "준비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가입자 유치 경쟁부터 치열하게 시작되는 바람에 정작 수익률은 뒷전으로 밀려버린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정부는 ISA 출시일인 올해 3월 14일을 딱 1개월 남겨둔 2월 14일에야 은행권의 ISA 투자일임업을 허가했다. 그때부터 은행들은 부랴부랴 상품개발에 나서 3개월 뒤인 4월 11일에야 일임형ISA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임형 투자상품 개발을 전문적으로 해온 증권사들도 이렇게 서둘러서 상품개발에 나서지는 않는다"면서 "제대로 된 상품모델을 구축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들 스스로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ISA 고객 유치경쟁이 워낙 치열했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상품판매에만 몰두했을 뿐 상품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ISA 상품개발에 참여했던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MP 구성보다는 초기 가입자 유치를 위한 이벤트 설계에 더 많은 노력을 할애했던 것 같다"면서 "초기 시장장악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내실에는 신경을 못 쓴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초기 수익률을 가지고 은행들에 지나친 비판을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ISA는 5년짜리 마라톤인데 초기에 선두권 진입을 못했다고 해서 금메달을 따지 말란 법은 없다"며 "전문성 시비까지 붙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고 때 이른 처사"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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