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KTX 강릉선 탈선' 현장에서 "추위로 인한 선로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던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최근 잇따른 열차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공기업 선진화와 민영화 등 전 정권 탓이라고 언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오영식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해고자 복직과 SR통폐합 등 노조 친화적 환경 조성에 힘쓰다가 이번 사고 원인을 '추운 날씨' 탓으로 돌려 공분을 샀다. 특히 지난 11일 국회 현안질의를 한시간 앞두고 면피성 사퇴를 하면서 이전 정권의 철도정책을 빈번한 열차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해 비난이 일고 있다.

앞서 오 사장은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의장을 지낸 후 3선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캠프에서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철도 관련 경력이 없으나 지난 2월 코레일 사장으로 취임해 일명 '캠코더'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기도 했다.

2021년 3월까지 임기였던 오 사장은 같은날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 민영화, 상하분리 등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방치된 것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홍순만 전 사장의 퇴임으로 7개월째 공석이라 오 사장이 취임할 당시 3선 의원 출신인 신임 사장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산적한 코레일 현안을 정치권 유력인사로서 해결할 것이라는 전망과 비전문가 낙하산이라 안전관리 등 기술적 차원에서 부족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오 사장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열흘간 '비상안전경영' 기간을 갖고도 지난 3주간 크고 작은 열차사고가 10건 일어났고, 코레일 비상안전경영 기간을 거친 후 4일만에 이번 탈선사고까지 일어나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오 사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코레일은 정인수 부사장이 사장대행을 맡아 강릉선 탈선사고 복구와 원인 규명 등 남은 과제를 수습하게 됐다.

정 부사장은 기술고시 출신으로 코레일 차량기술단장과 기술융합본부장 등을 역임해 평생 철도업무에 종사한 차량 전문가다.

후임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겠지만 적어도 수개월이 지나야 새로운 사장이 인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코레일 안팎에서는 후임 사장이 코레일의 방만경영을 바로잡기 위해 안전 강화 및 상하 분리 등 인력 조정에 나설 경우 철도노조의 미움을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승객 198명을 태우고 강릉역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가 탈선해 16명이 부상당한 이번 사고의 원인은 선로전환기 전환상태를 표시하는 회선 연결이 잘못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은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선로전환기 설계와 시공, 검사, 유지보수 담당자들의 명단을 정리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지만, 국토부는 구체적인 사고 원인 파악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보았다.

코레일 사장의 전문성 논란은 계속 있어왔다. 역대 코레일 사장 8명 중 철도 경력자는 신광순 초대사장과 최연혜 6대사장에 불과하다. 나머지 6명은 정치적 논공행상 등 정권 입맛에 따라 철도와 무관한 인사였다.

철도는 대중교통과 물류 등 SOC 국가기간산업이자 지난 2000년대 이후로 시속 300㎞ 이상으로 주행하는 고속열차로 인해 안전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분야다.

여야, 역대 정권을 떠나 기술과 안전을 관리하기 부족한 낙하산 인사를 고수하는 후진적인 정치 문화가 안타깝다.

   
▲ 사진은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지난 7월2일 대전사옥에서 재해대책회의를 갖고 안정적 열차 운행을 위한 비상체제 운영을 지시하는 모습./자료사진=코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