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본에 억압됐던 신민들이 세계 향해 자유 외쳐
민중·민족이 아닌 '자유의 길'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독립운동을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독립운동이란 타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 나라를 세우는(건국) 운동이다. 조선인의 독립운동사는 조선왕조가 망한 1910년 8월에 시작해 (대한민국을 세운) 1948년 8월에 막을 내렸다. 3·1운동은 조선인이 '자유의 길'·'근대의 길'을 향해 내딛은 첫 걸음이었다."

1일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이승만학당 교장)는 "독립운동의 올바른 정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영훈 교수는 이날 "100년 전 3·1운동이 일어났다"며 "조선왕조 신민이던 조선인이 '개인'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독립'이 무엇인지 '사유재산'이 무엇인지 '국가'가 무엇인지 그리하여 '근대'가 무엇인지를 깨달아서 봉기한 것이 3·1운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 8월까지가 독립운동의 전반전(예선전)이라면 그때부터 1948년 8월까지는 후반전(결승전)"이라며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독립의 성취라기 보다는 또 다른 종속의 출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인이 서로 다른 방향의 건국으로 갈라지는 과정이었다"며 "광복(光復)의 원래 뜻은 나라를 되찾는 것, 곧 건국을 말하였지만 한민족은 그 뜻을 잊어버리고 미국이 안겨 준 해방이란 점도 진작에 잊었다"고 언급했다.

3·1운동의 의의에 대해 이 교수는 "우리의 독립운동은 3·1운동의 독립정신, 그 정신이 세운 임시정부의 법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며 "대한민국의 뿌리는 3·1운동의 독립정신에 있다. 그때 선포된 '자유의 길'을 따라 건립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산주의에 대해 "갈 길이 아니었다. 공산주의자들이 만주 설원에 시신을 묻었더라도 그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된 것이 아니다"라며 "취약한 법통 하나 보듬지 못하고 그에 대한 갖은 비방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갈랐던 정체불명의 혁명가들을 우리의 정사에서 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이승만학당 교장)는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의 올바른 정의가 필요하다"며 "독립운동이란 타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 나라를 세우는(건국) 운동"이라고 밝혔다./사진=미디어펜

당시 펼쳐졌던 독립운동 정세에 대해 이 교수는 "우남 이승만은 조선이 일본의 보호국이 된 1905년부터 '조선 독립은 미국과 일본이 충돌하는 그날에 이루어진다'고 믿었다"며 "조선이 독립할 능력이 없다고 선전한 일본에 의해 형성된 국제적 편견이 깨지지 않는한 조선이 독립할 가능성은 없었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과 같은 자유통상의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를 신의 나라로 여기는 가운데 아시아를 지배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나라로, 그 국제적 공조는 언젠가 깨질 것"이라며 "우남은 '그날'이 오기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선전과 선동으로 미국인의 마음을 두드렸다"고 덧붙였다.

3·1운동 이후 등장한 무장 독립군의 일부 투쟁에 대해 그는 "남만주 및 연해주에서 독립군이 출현해 일본군과 몇 차례 충돌했지만 그들의 활동 기한은 1920년 한 해를 넘기지 못했다"며 "이후 조선인 자력의 무장투쟁은 다시 조직되지 못했고, 1930년대 중국측 국민당이나 공산당정부의 통제와 지원을 받는 소규모 부대가 공산혁명을 위한 조직으로 잠시 활동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부는 실제로 일어난 역사에 눈을 감고 실제로 거두어진 외교적 성취에 고개를 돌린다"며 "1700년 전 중국사의 둔전 방략에 기댄 무장노선을 높이 받들고, 테러로 체포되고 고문받아 처형당한 것을 열혈 독립운동으로 존숭하는 정신세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편 3·1운동 후 발호한 민족주의에 대해 이 교수는 "자유와 독립이 없는 신채호의 정신세계가 확장해 '혁명의 철학'으로 발달했고, 이것이 민중 민족주의와 더 다듬어진 공산주의로 됐다"며 "사학자들이 신채호를 이승만보다 높게 평가함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한국 민족주의는 미완성이지만 북한 주체사상이야말로 그 찬란한 완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재인정부의 3·1운동 기념사업에 대해 "억장이 무너진다"며 "3·1운동 법통을 대표하는 이승만 임시대통령, 우리의 초대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다. 3·1운동을 민중주의로 날치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