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 분야 전문 여성 태부족…"성별 쿼터제 자체가 무리"
임종화 교수 "중기부, 특정 성별에 따른 이익집단 여론창구로 변질"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 지원사업 심사위원들 중 30%를 여성 구성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결과적으로 전원 남성으로 구성해 '여성 쿼터제' 설정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중기부 등에 따르면 최근 위촉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과 '예비 유니콘' 사업 평가 위원 전원이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소기업 100' 사업은 소재·부품·장비 분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기부가 중소기업 100개사를 선정해 5년 간 182억원을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중기부 심층평가단은 55개사를 가려냈고 45개사는 올해 중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 중소벤처기업부 주요 사업과 위원 구성./도표=박규빈 기자


이 심층평가단은 산업·학계·연구계 인사 39명으로 이뤄졌고, 최종 평가는 '국민심사배심원단' 100명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단 위원 39명은 전원 남성, 배심원단 100명 중 18명만 여성이라는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심사위원 명단에 여성이 없는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 "'소·부·장' 분야 특성상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이 없어 남성으로 채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심원단 지원자 865명 중 65명이 여성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지원자 수 대비 여성 배심원 비율을 늘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에 관한 상반기 심사를 맡았던 7명, 하반기 10명 역시 전원 남성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중기부가 유니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하여금 규모가 커지도록 '스케일업(Scale-Up)'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총 27개 기업이 예비 유니콘으로 꼽혔고, 총 755억원을 지원받는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이 생산한 혁신기술 기반의 소비재 우수 제품군을 발굴하고, 상품에 대한 이미지 제고 및 국내·외 판로개척을 위해 중기부가 론칭한 '브랜드K' 사업 역시 평가위원 중 6명 중 5명이 남성이라는 것이다.

이에 중기부가 심사위원 중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목표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것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실이 이럼에도 중기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 시대엔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으로만 구성하는 것은 사회 정서상 맞지 않다"며 "법으로 명문화 돼있지도 않으니 정책 실패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홍종학 장관 시절인 2018년 5월, 중기부는 '2018년 여성기업활동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을 도입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 지원사업에 '여성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여성기업 차별 방지를 위해 무조건 지원 사업 평가위원 30% 이상을 여성 몫으로 할당토록 돼 있다.

그러나 여성인 박영선 장관이 재임 중임에도 이 같은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중기부가 도입한 여성우선 정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란 지적이다.

이에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여성 전문가를 한국여성벤처협회나 한국여성경제인협회를 통해 추천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내비쳤다.

임종화 청운대학교 교수는 "협회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인사 추천은 그 자체로 로비이며, 전문인력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 능력있는 사람을 데려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30%를 여성으로 채우지 않았다고 숫자 타령하는 건 전형적인 떼쓰기"라고 여성계를 비판했다. 성별 쿼터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중기부에 대해서 그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자 그대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소상공인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특정 성별을 앞세운 정치집단 내지는 이익집단을 위해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 기자·4선 여성 의원 출신 박영선 장관이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경제·산업 부처 감투를 쓰고 있는 것 자체가 여성계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페미니즘에 찌든 중기부는 여성 할당제 등 설계주의에 입각한 여성 우대정책을 폄으로써 남녀 간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 여론 창구로 변질된 것과 다름 없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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