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올 경제적 파장이 과거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심각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을 버텨내고 경제 회복을 이끌어야 할 기업들은 지난 3년간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라 우려가 크다. 특히 노동개혁이 절실한 상황에서 주축이 되는 핵심 지침을 공식 폐기하며 시작한 현정부가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한국 경제에 큰 주축역할을 해왔던 두산중공업과 자동차산업의 한 축인 쌍용자동차는 경영난에 허덕이며 존폐에 기로에 서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64개 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48조원으로 전년 92조5000억원에서 반토막(48.1% 감소)났다.
64개 기업집단의 총 매출액도 140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영실적이 악화됐다. 부채 비율도 전년보다 3.9%포인트 오른 71.7%에 달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일부 반영된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주요 기업들은 일제히 마이너스 성적표를 내놨고,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업체들은 대규모 적자를 냈다.
특히 문제인정부가 들어서며 펼친 친환경쟁책의 일환 탈원전·탈석탄으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순손실만 4952억원이었다. 2018년과 합치면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두산그룹의 핵심인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그룹의 존폐위기까지 위협하고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기업은 쌍용차다. 쌍용차는 친노동 정책을 진행해온 문재인 정권의 기저에 맞춰 퇴직자 전원을 복직 시켰다. 당초 쌍용차는 경영난 때문에 마지막 해고자들의 복직을 미루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2월말 쌍용차 노사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노사민정 협의를 통해 5월 4일 복직을 결정했다.
쌍용차는 복직자들을 6월까지 현장훈련, 사내교육 등을 시킨 뒤 7월부터 차량 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쌍용차가 심각한 경영난에 휩싸여 있음에도 이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기업들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총 699건이었으나, 이듬해 807건으로 100건 이상 확대됐고, 지난해는 또 다시 100건 이상 늘어 931건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71건, 2월 80건으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3%씩 늘었고, 3월에는 53% 급증한 101건을 기록했다.
대기업의 실적 악화나 중소기업의 파산 증가 모두 코로라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의 상황이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싸움에 임할 체력이 고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3년간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포퓰리즘 정책에 시달려 왔다.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고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히다 보니 체력이 고갈될 수밖에 없었다.
최저임금은 2018년부터 2년간 29.1%나 급등했고 이는 우리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
자영업자들은 줄도산했고 중소기업들은 투자와 채용을 줄였다. 고연봉으로 이름난 대기업들도 산입 범위 한계에 따른 최저임금 미달을 막기 위해 임금체계를 개편하느라 노동조합과 협의 과정에서 힘을 빼야 했다.
투자와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청사진대로라면 소비라도 늘었어야 했지만 내수 시장은 전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018년 7월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도 기업활동 위축의 원인이 됐다. 건설과 게임업계 등 일정 시간 집중 근무가 필요한 산업 현장에서 부작용이 속출했지만 보완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 등 보완 입법 없이 정부 주도의 주52시간제 보완대책이라는 '미봉책'이 발표됐지만 경제계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법안 외에도 재계가 요청해 왔던 데이터 규제 완화 법안(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화학물질 관련 규제 완화 법안(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은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활력 제고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와 여당은 3년 내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경제민주화 법안'을 밀어붙여왔다.
특히 글로벌 산업의 공급과잉현상으로 노동개혁이 절실한 상황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이같은 모습은 외국계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부축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과 외국계기업들의 경쟁이 공존하며 시장이 커가야 하지만 외국투자는 줄고 국내 기업들마저 국내투자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현재의 상황은 좋게 평가할 수 있지는 않다.
더욱이 그동안은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기업의 경영의지를 꺾는 규제가 이번 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국회 의석(300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80석을 확보함으로써 법제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3년간 포퓰리즘 정책에 탈탈 털린 기업들이 앞으로도 안으로는 각종 규제법안, 밖으로는 코로나19 사태와의 싸움에 내던져지게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전세계적인 불황이 발생하면 '버티는 체력'이 강한 기업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기업들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면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진 기업들이 얼마나 될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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