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을 공식화하자 '재원' 논란이 뜨겁다.
이재명 지사가 나름대로 재원 마련 방안을 밝혔으나 증세가 필요불가결하다. 이에 국민과 기업에게서 걷어 매표를 위해 온 국민에게 뿌린다는 '포퓰리즘' 비판이 거세다.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월별로 따지면 한달에 8만 3000원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연간 51조 7100억 원이다. 만 19~29세들에게 추가로 100만원을 지급하는 예산을 더하면, 60조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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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20일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2021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이 지사가 2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재원은 연 60조 원에 달하는 조세감면분을 순차적으로 축소하면서 재정구조 개혁, 예산 절감, 우선순위 조정, 세원관리 강화 등을 통해 마련한다.
또한 기본소득토지세를 신설해 땅을 갖고 있는 개인과 법인으로부터 세금을 뜯어간다. 살아남기 위해 경영에 힘쓰는 기업으로부터는 탄소세를 신설해 따로 걷는다.
기본소득은 현금이 아니라 소비 기한이 정해진 '시한부 지역화폐'로 뿌릴 방침이다.
비판은 명확하다. 일종의 조삼모사로, 돈을 따로 걷어 이를 재분배하겠다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현금 살포다.
우선 재정구조 개혁, 예산 절감, 우선순위 조정, 세원관리 강화는 역대 어느 정권이나 내세웠던 정부 세입세출 구조의 개혁 문제다. 정권 초기 누구나 꿈꾸는 개혁이라는 점에서 상수나 마찬가지다. 실제 재원은 조세감면분을 축소하고 국민과 기업들로부터 추가로 세금을 걷어 마련한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대권주자 중 하나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를 망하게 하는 정책이고 명백한 국민기만"이라며 "토지세든, 탄소세든 기본적인 목적세든 세금으로 기본소득을 주자는 주장이다. 시급하지 않은 가짜 푼돈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가 가당키나 한가"라고 지적했다.
대권주자인 김두관 의원 또한 "기본소득이 소멸 위기로 내달리는 지방을 살리는 일보다 앞선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균형발전을 오히려 강조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연간 50조 원, 4년간 200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 200조 원을 저에게 달라 전국에 서울이 5개인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기본소득은 지지도가 변한다고 막 버렸다가 다시 주워오는 가벼운 정책이 아니다"라며 "뒤로 제꼈다가 돌연 지지도 회복용으로 주워든 기본소득이라면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문재인정부 입장도 '반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월 기본소득에 반대하면서 그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우선 기본소득 도입에 성공한 국가가 전혀 없다는 것, 180조 원에 달하는 복지예산 조정 방안이 없다는 점, 전 국민에게 나눠주지 말고 어려운 계층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사무관은 23일 본보 취재에 "한국의 경우 현재 정부의 생계급여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2.5%에 불과하다"며 "하위 17% 이하인 상대빈곤층 및 5% 이하인 절대빈곤층에 대한 복지가 부족하다. 우선순위를 생각해 보면 한달에 8만 3000원씩 주겠다는 기본소득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22일 이재명 지사가 발표한 것 가지고는 자세한 실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세금 공제 조세감면분을 얼마 이상 소득 근로자에 대해 어떻게 줄이겠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이어 "원칙적인 표현만 갖고서는 정확히 평가 내리기 어렵다"며 "이재명 지사의 선언과 달리 재원 마련 방안은 전체적으로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탄소세 신설도 모순이다. 실제 세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움직인다면 실제 세수는 매년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관계자 또한 이날 본보 취재에 "증세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기본소득 재원은 최소 연간 50조원에서 최대 60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올해 정부예산 556조 원의 10%"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지사는 당초 제 1 공약이 아니었다고 했다가 핵심 공약이라고 하면서 앞서 기본소득 박람회도 열었다"며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적 저항이다. 세금을 늘리겠다는데 환영할 국민이 있을까, 부작용 역효과가 더 커 보인다는게 친이재명계를 제외한 당내 실제 여론"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 요지를 의식한 듯 이 지사는 대통령 임기 내에 시행하는 기본소득 재원의 경우 기존 세수 조정을 통해 마련해 보겠다는 방침이다.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여당 입장에서 바라보기에 당내 본 경선이 첫 발을 떼기 전에 포퓰리즘 늪으로 빠질지 우려된다. 이 지사가 향후 기본소득 재원 마련의 가능성과 실효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