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산공장 이달만 5일 생산 중단·한국지엠 부평공장 가동률 절반 뚝
올해 글로벌 완성차 생산감소분 770만대 추정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계에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출고일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언제까지 버틸지 미지수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 공백을 활용해 미래차 전환을 위한 생산설비 수정 등의 계획을 앞당기는 등의 움직임이 예상되고 있다. 

   
▲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계가 추석연휴로 인해 공장이 일주일 이상 생산을 중단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며 추가적인 셧다운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그랜저와 쏘타나를 생산하고 있는 아산공장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 9~10일, 15~17일 등 총 5일간 생산을 중단했다. 울산공장도 간헐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10일 이틀동안 가동 중단으로 총 2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생산 차질로 준대형 세단 그랜저와 중형 세단 쏘나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펠리세이드,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등 인기 차종의 출고가 지연되면서 길게는 반년 이상 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북미 수출차량인 트레일블레이저가 직격탄을 맞았다.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고 있는 부평공장의 가동률이 상반기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하반기에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평 1, 2공장의 가동률은 여전히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상반기에만 8만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월평균 1만5000~2만대가 북미로 수출되는데 수출물량이 절반으로 줄면서 올해 목표인 흑자전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이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보였는데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중장기 대책이 필요해지고 있다"며 "제네럴모터스(GM)은 반도체 수급 안정을 위해 구매 파워를 가진 GM이 반도체 재고를 늘려 필요할 때 부품사에 공급하는 식의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를 포함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생산 감소분은 77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올해 770만대의 생산차질로 2100억달러(약 246조77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 /사진=르노삼성 제공


앞서 이 컨설팅 업체가 지난 5월 내놓은 전망에서는 올해 생산 감소분이 390만대, 매출 손실이 1100억달러(약 129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4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생산 감소분과 매출 손실 추정이 두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상반기에만 해도 연말에 해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으나 하반기 들어 반도체 수급난이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국 백악관도 반도체 수급난을 심각한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올해들어 벌써 세 번째 글로벌 반도체업체와 자동차업체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

삼성전자를 비롯, TSMC, 인텔, 마이크로스프트(MS), 애플, GM, BMW, 스텔란티스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전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과 수급 전망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반도체 부족 문제가 바아든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최우선 순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완성차회사들은 이같은 공백을 통해 생산설비의 수정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현대차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2차 휴업 일정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공사 일정을 앞당기거나, 공정 분산, 공사 연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인한 가동중단이 이어지는 만큼, 설비공사를 위한 휴업이 가동중단 기간과 겹치는 것이 효율성면에서 이득이기 때문이다. 

앞서 7~8월 설비공사의 막바지 공정을 근로자들의 '하계휴가 기간'인 8월 첫째 주에 맞춰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차피 설비공사를 위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한다면 최대한 휴일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길어지는 반도체 문제를 활용해 예정된 공장 가동중단 일정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출고물량을 조절하거나 생산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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