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민청원' 온갖 사연 쏟아져…질병청 "2가지만 인과성 인정, 문헌만으로는 인정 못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코로나 백신(화이자) 2차 접종후 기저질환 없으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43세 두 아이의 아빠가 모더나 2차 접종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사망했습니다." "화이자 접종 후 엄마가 벙어리가 됐어요." "제 남편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 후 8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백신접종 후 사망한 고 3 아들의 엄마입니다." "아버지가 제 결혼식을 2주 앞두고 화이자 2차 백신을 맞고 돌아가셨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들어가면 안타까운 사정이 쏟아진다. 모두 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과 관련해 부작용을 겪은 경우다.
6일 기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백신'으로 검색하면, 1301건의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글의 90% 이상이 모두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사망이나 장애 발생에 대한 눈물어린 호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백신 부작용에 대해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않고 개인이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런 염려는 전혀 하시지 않아도 된다"며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관련 수치를 어떻게 살펴봐도 초라할 뿐이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백신 접종 7528만 7995건 중 사망 등 이상반응이 신고된 사례는 33만 8261건이었는데, 이 중 불과 2287건에 대해서만 보상이 결정됐다. 이상반응 중 0.67% 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1인당 최대 1000만원까지 진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고, 내년부터 최대 3000만원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올해 지원대상으로 확정된 인원은 49명에 불과하다.
보상이 결정된 2287건 중 2% 남짓 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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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와는 무관한 사진. 서울 영등포구 제1 스포츠센터에 마련된 코로나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더 큰 문제는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정부 당국의 백신 부작용 신고 처리와 대응이 불안한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공개 청구 등 여러 곳에서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를 수차례 물어도 질병청은 속 시원히 답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의 공식 입장은 "국제적으로 인과성이 인정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은 아나필락시스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며, 이 경우가 아니면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이와 관련해 질병청로부터 답변서를 받았는데, 사망 등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는 측에서 이와 관련된 외국 연구결과 등 문헌을 제출하더라도 질병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질병청은 답변서에서 "인과성을 인정하는 이상 반응은 통계학적 연관성과 발생기전이 밝혀져야 한다"며 "백신이 신규 플랫폼으로 생산되고 긴급승인되었으므로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질환, 징후 등) 및 사례 문헌 수집이 중요하다. 몇 가지 문헌만으로는 인과성 인정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다른 나라의 백신 부작용 연구 결과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선언이다.
해외 각국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생리불순을 일어나자, 연구비 167만 달러를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부인과 등 5개 기관에 맡겨 본격적인 인과성 규명 연구에 들어갔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지난달 29일 "모더나 백신에 심근염 위험이 있다"면서 긴급 사용 승인을 보류했다.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4개국은 모더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 2차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모더나 백신 접종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 연구팀은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에 대해 1차 접종 후 대뇌정맥동혈전증·장간막혈전증·문맥혈전증·정맥혈전색전증·혈소판 감소증이 유사한 수준에서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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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1월 2일(현지시간)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화이자의 부실한 임상시험 관련 내용이다. /사진=영국의학저널 홈페이지 캡처 |
특히 1840년 창간된 의학저널로 영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의학전문지인 영국의학저널(The BMJ)이 지난 2일(현지시간)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이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의학저널에 따르면, 화이자의 임상시험에서 선입견이 작용해 효과가 과장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시험에서 도출된 백신 예방 효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언급이 나왔다.
저널에는 백신 부작용과 관련해 "중증 부작용 조사가 부족했다"고도 적혀 있다. 또한 임상시험에 대해서는 "이상반응을 경험한 환자에 대한 추적 관찰 부족,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하지 않는 백신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화이자 측은 "백신 신뢰를 훼손할 목적으로 보이는 일방적 주장이 유감"이라면서 "백신에 대한 우려 사항들 모두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수원에서 직접 일선 병원을 운영하는 이 모 원장은 6일 본보 취재에 "국내든 해외에서든 부작용 실사례가 속출하는데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 입장은 어처구니 없다"며 "질병관리청의 지금까지의 대응 방식을 보면 대통령의 말은 말 그대로 립서비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보건당국 방침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민간 병원들 입장에서는 인과성을 규명할 시간적 여력이나 인력이 없다"며 "새로 개발된 백신에 대한 부작용 연구가 몇년은 쌓여야 하는데, 지금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긴급 승인용이라 더 불안감이 크고 변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의료진도 부작용이나 이상반응 신고 절차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상반응에 대한 신고 절차라도 간소화하고 명확히 해 국민들이 백신 부작용 정보에 대해 투명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2가지 경우에만 백신 부작용 인과성을 인정하는 정부 당국의 지금과 같은 대응 조치는 피해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실제 보상까지는 첩첩산중이기도 하다. 백신 이상반응 대처와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