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오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안하는데요? 나토정상회의에 가기 전에 시간을 좀 넉넉히 두고 보기로 했다. 사실 합참의장 같은 경우는 좀 오래 기다리긴 어려운 점이 있는데, 좀 더 있어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출근길에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김승겸 합동참모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답변한 내용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회에 청문보고서 송부를 요청하고 그 기한이 지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로 시한을 다시 정해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그 기한은 지난 20일이었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급기야 21일 오후에는 협상 시작 25분 만에 결렬되기도 했다.
원 구성이 되어야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상임위원회가 구성되고, 상임위원회가 구성되어야 구체적인 청문회 일정이 잡히지만 어느 것 하나 진전된게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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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약식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향후 두 장관 후보자와 합참의장 후보자의 임명 여부는 윤 대통령의 선택에 달리게 됐다.
아직 재송부를 요청하지 않았지만 그 재송부 요청 기한이 지나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고도 후보자들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재송부 요청 시점에 대해 29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전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다만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날 "좀 오래 기다리긴 어려운 점이 있다"며 장관 후보자들보다 서둘러 임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췄다.
윤 대통령은 박순애·김승희 후보자와 관련해 '청문회 패싱' 딜레마에 빠져 있다.
각각 음주운전 전력·편접 증여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 부담이고, 인사청문회라는 국회의 검증 절차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배경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나토정상회의 순방 전을 국회 원 구성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셈이 됐다.
일각에서 제기된 양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철회 가능성을 희박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에 대해 "너무 많이 나간 주장"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일단 대통령으로서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라며 "국정 공백을 무한정 방치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앞서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여야가 원 구성을 못해 장관 후보자 3명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했는데, 당시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갈등이 더 커진 사례가 있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일주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주목된다. 의혹 논란 한가운데에 놓인 두 장관 후보자를 언제 임명 강행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