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세대별 평범한 보수 목소리 청취…보수텃밭에서도 '걱정 반 실망 반'
내치지 못하는 박순애·권성동도, 내치는 이준석도 마뜩지 않은 보수 민심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달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취임 두달 밖에 안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탄핵'을 운운할 정도로 야당의 기세가 등등하다. 최근 여러 논란으로 지지율이 하락해온 윤 대통령에게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당선 컨벤션효과' 없이 일종의 허니문 기간인 취임 석달 만에 20%대로 떨어진 윤 대통령 지지도의 실체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실제로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집권 초기 역대 최저치를 보이며 보수 지지층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펜은 5차례에 걸친 연재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고 누차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위한, 또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지도가 폭락한 이유는 윤 대통령의 정체성에 대해 보수층에서 의문을 갖기 시작해서라고 생각한다. 좌파에 가까운 윤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가 조국·추미애·문재인까지 까면서 대쪽같은 모습을 보였고 대통령이 돼서 그런 모습을 기대했는데, 대통령이 된 후 호위 무사들에 둘러싸여 안주하는 모습이 보이고 편향된 모습이 보이면서 실망스러운 것이다."

계속해서 보수 후보를 지지해온 장모 변호사(39세·남성)는 본보의 취재에 젊은 보수 유권자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본보는 이번 연재기사를 위해 지난 열흘 간 세대별로 4명 씩 총 23명(70대 3명)의 일반 국민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 모두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윤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던 보수 유권자들이다.

장 변호사는 기자가 '지지율 복구' 대안을 묻자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 스스로가 그게 아님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책 이런 것보다 지금 문제가 되는 인물들, 박순애 교육부 장관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과감히 정리하고 여권 내부 총질도 본인이 수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자가 결정적인데 누구나 이준석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버리면, 지금 모습은 윤핵관에 둘러싸여 '아 당권 잡았으니 됐다' 이런 모습인데 '오른쪽 문재인'을 누가 좋아하냐"며 "지금은 너무 안주하려고 그래서 실망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지지율 관리도 못하면서 좌우를 다 등 돌리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래도 아직 믿음은 있다. 조국을 기소했을 때의 그 카리스마, 그게 우리나라를 살렸다"며 "보수층에 다시 그런 카타르시스를 준다면 지지율은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당원이면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위원으로 참여했던 A 씨(남성)는 본보에 "세대 연합 전선이 무너졌다"며 "윤 대통령 당선은 50대 이상의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과 20~30대 젊은 지지층의 전략적 연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20~30대 헤게모니를 주도해 본 적 없는 국민의힘에게는 고무적인 전환점이었다"며 "이 연합이 100일도 안 되 무너졌다, 지지도 전환기에 가장 빠르고 심각하게 무너져 내린 것이 바로 20~30대"라고 우려했다. 

그는 "보수 지지도부터 복구하려면 20~30대 지지율 회복이 관건이지만, 총선 전까지 풀기 어려워 보인다"며 "비호감 보수를 벗기 위한 지난날의 노력보다 곱절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수신제가' 당정을 유능한 정무 능력과 합리성을 가진 조직으로 바로 세우는 것 말고는 정도가 없다"고 분석했다.

20대 남성 B 씨 또한 윤 대통령 지지도에 대해 "여성가족부 폐지라든지 사병 월급 200만원 등 처음에 내놓았던 공약들이 지켜지지 않는 게 크다"며 "반문(반문재인)에 대한 생각을 갖고 윤석열을 찍은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도 해결이 안됐고, 성남시 대장동 사건도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70대 남성 C 씨는 윤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 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수사, 무법 노조에 대한 미온적 태도에 실망감이 있다고 본다"며 "강력하고 신속한 과거 적폐청산 및 국민만을 의식한 법 집행으로 국기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한 30대 여성 D 씨는 "구중궁궐 청와대에 숨어 살던 역대 대통령에 비해 매일 아침 기자들과 약식 회견을 갖는 도어스테핑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혁명적"이라며 "지지도 측면에서는 이재명 사건이든 문재인 전 정권의 범행을 좀 더 치밀하게 수사하고 처벌해 주면 좋겠다, 그걸 기대하고 지지한 젊은이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지방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40대 여성 E 씨는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측근들을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내치는 것은 소신과 맞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계속 고집부리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일선 교육 현장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학제 개편 논의는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실 내부 인적 쇄신은 관심 없어서 모르겠고, 박순애 장관만은 쳐내야 교육 공무원들의 사기가 잡힐 것"이라며 "지금 이대로는 박 장관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일선 현장에서 먹히지 않을 지경이다, 현실을 전혀 모르는 교수의 말로"라고 비판했다.

한 50대 여성 F씨는 "윤 대통령을 당선시킨 건 보수가 아니라 별로 남지 않은 소수의 보수층과 이재명을 싫어하는 80%의 사람들"이라며 "민주당의 실패, 문재인의 실정으로 어부지리로 당선된 천운"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뭘 어떻게 정책을 펼치든 미지근하고 유명무실해 보인다"며 "이제 고물가 등 복합 위기를 맞아 경제까지 주저앉아 버리면 대통령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번 나토정상회의에서 영부인에게 매스컴의 관심이 쏠리지 않았나, 김건희 여사부터 아무 짓 못하도록 못을 박아야 한다"고 밝혔다.

본보는 이와 같은 보수 유권자 23명의 속내를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지지도 하락의 이유로는 오만, 고집, 소통의 문제, 비호감, 유약함, 미온적, 윤핵관, 측근, 졸속행정, 영부인 등이 꼽혔다.

또한 보수 지지도부터 복구할 조건으로는 인적 쇄신, 당 내홍 수습, 적폐 청산 드라이브, 강한 수사, 범죄와의 전쟁, 작은 정부, 정치의 최소화, 민간 시장 살리기, 취약계층 및 일반 국민 시각에서 정책 펼치기 등을 꼽았다.

최근 전국단위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2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접어들면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 난국을 현명하게 벗어날지 주목된다. 시간은 아직 윤 대통령 편이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