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세수 펑크 34조원 육박, 연간 최대 100조원…적자 관리에 '빨간불'
세수 부족 상황서 지출 유지 위해 빚 늘리면 윤정부 '건전재정' 원칙 무너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예산과 관련해 4월 총선을 대비해 정치적 판단을 할 것인지, 건전재정이라는 기존 원칙을 지켜나갈지 '딜레마'에 빠졌다.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조 9000억원 감소하면서 최근 넉달간의 세수 펑크만 34조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딜레마'는 두 가지 옵션 중 각각 받아들이기 어려우거나 불리한, 어느 쪽을 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곤란한 상황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우선 세수 펑크에 대한 대응이다.

올해 5월 이후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세수 펑크가 난다면, 지난해 대비 세수가 최대 100조원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실적 395조 9000억원 대비 4분의 1 가까이 대폭 줄어든다는 가능성이다. 또는 5월 이후 연말까지 전혀 발생하지 않더라도 올해 세수는 362조원에 불과할 것이고, 이는 지난해 대비 8~9% 감소하는 수준이다.

정부가 올해 사전에 잡아놓은 세입 예산은 400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와 비교하면 최소 40조원부터 최대 100조원까지 세수 펑크가 날 가능성이 유력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7일 오전 대통령실 국무회의장에서 제2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집권 후 줄기차게 강조했던 것은 바로 '건전재정', '재정준칙'이라는 원칙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 하에서 위와 같은 세수 펑크 상황이 대거 발생한다면 정부 지출을 대폭 줄여야 한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까지 당장 9개월 밖에 남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정부 지출을 줄이고 내년 예산까지 삭감해야 한다면 총선 공약의 실행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정부든 여당이든 일종의 '공수표'를 남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출 삭감은 인프라 사업 속도 조절 및 복지 축소 등으로 이어진다. 지역구 숙원 사업 해결은 요원해지고, 이를 활용하려는 여당 의원들의 선거 전략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부는 통상적으로 빚을 늘려 지출 수준을 일정 규모로 유지할 수 밖에 없는데, 윤 대통령이 이 방법을 택할 경우 국가채무를 늘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

결국 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건전재정 원칙을 깨게 되는 것이다.

일단 기획재정부는 오는 8~9월 올해 세수 예측 재추계 결과를 밝히겠다고 했다. 이 때까지 시간을 번 셈이다. 정부는 이 때까지 내년도 예산안 국회 제출에 앞서 올해 세수를 토대로 내년 세수를 제시할 방침이다.

건전재정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 철학,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 2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는 세수 펑크-건전재정과 관련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여야는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향후 두세달 내로 묘안을 낼지 주목된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재정준칙을 바로 세울 것이냐, 총선 공약용으로 정부 지출을 풀어둘 것이냐 그 향배가 앞으로 몇달 내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