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본회의서 김기현 징계안 처리뿐
이럴 때만 여야 짬짜미에 윤리위 무용지물
강대강 예고 22대 국회서도 기능마비 우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회 자정기능 역할을 수행하는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가 성과 없이 21대 국회를 마무리한다. 여야의 짬짜미로 지난 4년간 유의미한 징계가 이뤄지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강대강 대립이 예고된 22대 국회에서 여야 충돌이 최소화되기 위해 윤리특위의 자정기능이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윤리특위는 국회의원의 징계와 자격을 심사하는 특별위원회다. 국회 활동과 관련된 징계안을 심의하는 1소위,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한 징계안을 심사하는 2소위로 편성된다. 이들은 국회 권위가 실추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징계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자정기능’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윤리특위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야 대표의 징계안이 나란히 발의되거나, 정쟁을 위해 징계안이 남발돼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윤리특위 간사와 김회재 의원이 8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리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자료사진)2023.8.22./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9일 참여연대 및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국회의원 징계안이 발의된 사례는 총 53건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진 바 없다. 2022년 5월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석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30일간 국회 출석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김 의원의 징계안은 윤리특위 심사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국회법 제155조에 따르면 의장석 또는 위원장석을 점거할 경우 윤리특위 심사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 의결로 징계할 수 있다. 사실상 윤리특위에서 징계안이 통과된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는 것이다.

이에 ‘코인 게이트’ 논란으로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남국 의원 징계안부터,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윤미향 의원 등 총 52건의 징계안은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것으로 여겨진다. 윤리특위가 징계안 심의를 미룸으로써 자정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리특위가 자정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은 21대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평균 43건의 징계안이 제출됐지만 징계가 이뤄진 사례는 전무하다. 매 국회마다 반복되고 있는 고질병인 셈이다.

따라서 강대강 대치가 예고된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막말 논란과 과도한 정쟁을 방지하기 위해 이제라도 윤리특위가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서도 윤리특위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위원회가 거대 양당 중심으로 운영됐을 때부터 예고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2대 국회에서 또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윤리특위의 구조적 문제 개선과 징계안 심사 기간 설정 등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