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백서 특위 '한동훈 책임론' 언급되자 중립·공정·신뢰성 비판 직면
韓 전당대회 출마 견제 목적 의심 지속돼 백서 신뢰성 회복 어려워
“총선 패배 책임 있는 사람이 백서 제작…백서 특위 출발부터 잘못돼”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공정성 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총선백서가 ‘맹탕’으로 끝날 것으로 관측된다. 백서 작성 과정에서 특정인을 겨냥한 책임론이 제기되며 신뢰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이에 조정훈 총선 백서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등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신뢰성 회복은 요원할 것으로 여겨진다.

야심차게 출범했던 국민의힘 총선백서 특위는 최근 일주일간 공개회의를 열지 못하며 소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립·공정·신뢰성이 흔들리며 백서가 아닌 ‘흑서’, ‘혼서’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힘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총선백서 특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백서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심을 샀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 국민의힘 정영환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왼쪽부터 곽규택 총선백서TF 위원, 이철규 의원, 조정훈 총선백서TF 위원장, 정영환 전 공천관리위원장. 2024.5.17(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백서 특위는 지난 7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총선 패배 책임자 리스트 작성’을 언급하며 한 전 비대위원장 저격에 대한 의심을 받았다. 박명호 동국대학교 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적어도 어떤 사람 때문에, 어떤 것 때문에 이런 일(총선 패배)이 빚어졌는지 언급이 필요하다”며 백서 최종 페이지에 패배 책임자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 백서 특위가 진행한 설문조사도 공정성 훼손 논란을 불러왔다. 백서 특위는 총선 패인을 파악하기 위해 당직자,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설문조사에서 ‘한동훈 책임론’을 암시하는 문항이 게재돼 한 전 위원장 저격 논란에 불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위원장이 ‘찐윤’으로 알려진 이철규 의원과 친분이 깊다는 점에서 백서 제작 목적이 친윤계의 한 전 비대위원장 견제용이라는 의심이 깊어지게 됐다. 조 위원장이 백서 제작 시기를 전당대회 이전이라고 밝힌 만큼, 백서로 한 전 비대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을 부각해 당권 도전을 저지하려는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이에 조 위원장은 백서의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백서가 특정인을 겨냥해 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에 나서는 중이다. 하지만 무너진 신뢰성은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이 중립을 표방하며 진화에 나섰음에도 원외는 물론 원내에서 조차 비판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총선백서가 공정성 시비를 겪는 배경에 대해 “백서 제작은 출발부터 잘못됐다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번 총선 인재영입위원을 맡아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조 위원장이 백서 제작을 지휘한다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책임이 있는 사람이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잘못을 지적한다면 어느 누가 수용할 수 있겠냐”며 신뢰성 문제를 지적했다. 

또 국민의힘 원외 관계자도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백서를 특정인을 지목해 작성하려 했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순간부터 신뢰성은 이미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조 위원장이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해서 무너졌던 신뢰성이 갑자기 회복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백서 제작을 조기에 마무리해 결과로 이를 증명하지 않는 한 공정성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