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중력으로 고순도 단백질 결정 얻어
신약 개발 시 단백질 구조 파악에 용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정부가 우주 신약 개발 사업을 포함한 '스페이스(우주)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우주 헬스케어 산업과 또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외 제약사에 관심이 쏠린다. 머크와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이미 미세 중력을 활용한 우주 의약품 제조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보령이 나서고 있다. 

   
▲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국제우주정거장(ISS)./사진=NASA 제공

31일 업계에 따르면 우주 제약 산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제약사는 독일 글로벌 제약사 머크다. 머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우주에서 단백질 결정을 성장시키는 실험을 진행했고, 지난 2019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합성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제조하는 것에 성공했다. 

머크는 우주에서 키트루다를 제조하면서 지구보다 더 균일하고 물성이 뛰어난 결정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회사는 우주 환경을 지구에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라이릴리는 우주 의약품 개발 플랫폼 '필박스'를 통해 당뇨와 심혈관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필박스는 ISS 우주비행사가 필박스를 수령해 정거장에 설치하면 의약품이 결정을 이루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실험 장비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세 중력을 이용해 신약 물질을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 김정균 보령 대표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액시엄 스페이스 합작사 '브랙스 스페이스' 출범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보령 제공


국내에선 보령, 스페이스린텍이 우주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었다. 

보령은 올해 1월 미국 항공우주 스타트업 액시엄 스페이스와 손잡고 '브랙스 스페이스'를 출범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2030년 이후 폐쇄될 ISS를 대체할 민간 우주 정거장 액시엄스테이션을 개발 중인 기업이다. 우주 접근성에 한계가 있는 한국의 특성을 고려해 우주정거장을 갖춘 기관과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이스린텍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각각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맺고 면역세포치료제와 구조기반 신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로켓에 우주 신약 연구 플랫폼을 실어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우주로 향하는 이유는 우주의 무중력 환경이 의약품 원료인 고순도 단백질 결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중력이 존재하는 지구에서는 약물 결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밀도 차이로 불균일한 결정이 생성되는 반면 중력이 0에 가까운 미세 중력인 우주에서는 균일한 결정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더 크고 균일한 단백질 결정은 그 구조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신약 개발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데 드는 시간도 줄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우주 헬스케어 산업은 아직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는 거 같다"며 "관련 산업 확대를 위해선 자금 확보를 바탕으로 한국만의 기술력을 지속적으고 확보해나가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개청식과 함께 열린 국가우주위원회에서 화성과 심우주로 탐사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우주 신약 개발 사업 기반을 다져나가야한다고 언급했다.

또 무중력 우주환경 기반 신약 및 신소재 실험 기회 제공을 위해 저궤도 무인플랫폼 구축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관련 예산을 1조50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우주 산업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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