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변경 허가…에피스 지배력 변수로
'비상경영' 삼성전자...발목 잡는 사법리스크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당합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2차 공판이 14일 열렸다. 재판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를 추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면서 비상 경영 체제인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는다는 시각이 나온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외감법)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등 13명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쟁점은 '분식 회계' 여부였다. 이 회장의 삼성그룹 승계를 유리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가 이뤄졌는 지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 측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이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단독 지배하지 못하는 구조로 설계됐지만, 사실상 단독 지배하는 구조로 회계처리한 것 자체가 위반이라고 봤다. 또 삼성바이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처리도 무효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삼성바이오의 지배력 상실 처리가 합당했고, 또 분식회계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을 뒤집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사실상 인정한 1심 판결을 내놓자, 이에 관련 혐의를 추가해 예비적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당시 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의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에 대해 "자본잠식 문제 회피가 주된 목적"이라며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판단한 바 있다. 1심 재판부가 삼성바이오의 지배력 상실 처리가 합당했고, 분식회계가 없었다고 판단하면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과 상반된다.

◆'비상 경영' 삼성전자...발목 잡는 사법리스크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심 재판부는 삼성그룹 부당합병 의혹과 관련해 3년 5개월의 긴 심리를 벌인 끝에 올해 2월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여기에 2000여 개가 넘는 증거를 재판부에 추가 제출하기도 했다. 

지속된 사법리스크가 '비상 경영' 체제인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는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달 27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시작된 1심 재판으로, 3년 5개월간 96차례 법정에 섰다.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 시기, 경영 공백으로 삼성전자의 구심점이 흔들리게 됐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어닝쇼크(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를 맞은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만 봐도 그렇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9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49%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이 저조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해서는 12.84% 떨어졌다. 이는 증권가에서 전망했던 10조 원 대 영업이익을 밑도는 금액이다.

DS(반도체) 부문 분위기도 숙연하다. 지난해까지 적자가 15조 원에 달하다가 올해 들어 겨우 흑자로 전환하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진입했음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선 그렇다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최근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삼성 위기를 꼭 반전 시키겠다"며 직접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사법리스크를 벗어나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할 것"이라며 "재판부가 내년 1월 선고를 목표로 하는 만큼 사법리스크 해소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28일 진행하는 3차 공판에서는 △범행 동기 및 배경 △이사회 결의 △합병 계약 △업무상 배임 관련 쟁점을 다룬다. 내달 11일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재판부는 내년 1월 선고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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