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정부가 디딤돌대출 한도를 5000만 원가량 축소하면서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실수요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본인에게 해당하는 자격요건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금리 인하 등 흐름을 고려해 대출 상품을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관리, 기금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한 조치로 주택도시기금 구입자금 대출(디딤돌대출) 맞춤형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따라 수도권 소재 아파트에 한해 ‘방 공제’ 면제가 중단되고 신축 아파트 입주자들이 잔금대출로 활용하는 ‘후취담보대출’이 제한된다.

방 공제는 대출 과정에서 소액 임차인에 보장해야 하는 최우선 변제금을 빼고 대출금을 내주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은 주택금융공사 보증에 가입돼 있을 시 방 공제를 면제해줌으로써 최우선 변제금을 포함해 대출이 실행될 수 있었다.

최우선 변제금은 서울의 경우 5500만 원,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 과밀억제권역이 4800만 원이다. 방 공제 면제가 중단될 경우 수도권 아파트 디딤돌대출 한도는 4800만~5500만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예를들어 경기도 소재 5억 원 아파트를 구입하는 A씨의 경우 대출 가능액이 현행 3억5000만 원에서 변경 후 방 공제 4800만 원을 제외한 3억200만 원이 된다.

후취담보대출 제한으로 디딤돌대출을 활용한 수도권 신규 분양 아파트 잔금대출은 내년 하반기부터 막힌다. 단 내달 1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실시한 단지 중 공고문상 입주 예정월이 2025년 6월까지인 경우에 한해서는 후취담보대출이 허용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방 공제는 적용된다.

이번 방안은 수도권 소재 아파트에 한해 적용되며 지방 또는 비아파트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용 대출 등 정책금융에도 적용이 배제된다. 이번 조치는 약 한 달간 유예기간을 거쳐 내달 2일 신규 대출신청분부터 적용된다.

디딤돌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이었던 실수요자들이라면 본인에게 해당하는 자격요건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디딤돌대출은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 무주택자의 경우 5억 원 이하 주택 구매 시 연 2~3%대 금리로 최대 2억5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단 신혼부부나 2자녀 이상 가구는 연 소득이 8500만 원 이하일 경우 6억 원 이하 주택 구매 시 최대 4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자녀 이상이거나 신혼부부인 경우 4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출 실행 시 본인이 해당하는 자격요건 등을 명확히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함 랩장은 당장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디딤돌대출 관리방안 실행 전 유예기간에 쫓겨 대출을 실행하는 대신 시장 흐름을 장기적으로 살핀 뒤 움직일 것을 조언했다.

함 랩장은 “디딤돌대출을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 2~3% 저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내년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디딤돌대출과 일반 주택담보대출 간 장점을 비교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가 4분기부터는 숨을 고르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해당 대출 기간 내 쫓겨서 하는 것보다는 전반적인 시장 움직임과 가격 흐름, 전망 등을 같이 보면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