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상습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엄홍식·38)이 선처를 호소했다.

19일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유아인은 짧은 민머리와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변호인은 유아인의 심리적, 사회적 타격을 강조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변호인은 "유아인은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외모 관리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의료용 마약류에 의존하게 됐다. 현재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깨닫고 반성 중이다"라며 "이 과정에서 부친상을 겪으며 자신이 가족에게 끼친 피해에 대해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유아인의 대마 흡연 혐의와 관련해 "국외 여행 중 호기심에 의해 이뤄진 일이지, 재력을 이용한 계획적 행위는 아니었다"며 검찰의 양형 주장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초범이며, 사회적 공헌 활동과 기부를 이어온 점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유아인의 상습 투약과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구매한 혐의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재력을 이용해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아인이 미국에서 공범과 함께 대마를 흡연하고, 타인의 흡연을 교사한 혐의 등은 단순 호기심으로 치부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지인들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정황도 무겁게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아인은 공판에서 "저의 잘못으로 가족과 사회에 큰 상처를 드렸다. 특히 아버지가 병세가 악화되셨다는 사실에 큰 죄책감을 느낀다"며 "이 모든 잘못을 평생 안고 살아가겠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유아인은 2020년 9월~2022년 3월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181차례에 걸쳐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4차례 타인 명의로 두 종류의 수면제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은 혐의도 받는다. 

지난 1월 지인 최모 씨 등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세 차례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1심은 대마흡연, 의료용 마약류 상습투약, 타인 명의 상습 매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마 흡연교사 혐의, 수사 시작 후 지인들에게 휴대전화 내용을 모두 지우라고 요구한 증거 인멸 교사 혐의 등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오는 28일 3차 공판을 진행한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추가 증거 제출 여부와 증인 신청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아인은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 중이던 지난 7월 동성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9월 11일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당시 유아인 측은 "고소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