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진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이 약 한 달 가량 남은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보조금 확정도 받지 못했을 뿐더러 탄핵 정국에 따른 고환율 여파, '반도체 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의 표류 등 삼중고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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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아직 확정짓지 못한 상황에서 탄핵 정국에 따른 고환율 여파까지 겹치며 해외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33.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미국 테일러와 오스틴에 총 45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목표다. 지난 2021년부터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외관 작업이 대부분 끝났고,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투자를 진행하는 삼성전자에 미국 상무부는 64억 달러(약 9조1600억 원)를 지원한다는 예비 거래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미 인텔과 마이크론, TSMC는 미국 정부와 보조금 규모를 확정 지은 상태이지만,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협상 단계에 있다. 업계에선 연내 보조금을 확정하는 것이 삼성전자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약 한 달 가량 앞둔 트럼프 2기 정부에선 칩스법의 지원이나 혜택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공사비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미국 현지 인건비와 건자재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투자 발표 당시보다 건설 비용은 대폭 늘었고, 한국의 비상 계엄 선포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투자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진다면 기업 입장에선 달러 결제에 따른 일시적 수익 개선 효과는 누리겠지만, 해외 투자 부담은 가중되고 핵심 원자재 구매 비용 증가로 실질적 이익 개선은 누릴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미국 첫 반도체 패키지 공장 부지로 인디애나주를 선정했다. 아직 착공 이전이라 삼성전자보다 비용적 부담은 덜하겠지만, 연내 보조금 지급을 확정지으려는 움직임은 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에 4억5000만 달러(약 64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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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찬성 204표, 반대 85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국회의 모습./사진=김상문 기자 |
◆ 국내 '반도체 특별법', 탄핵 여파에 멈춰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반도체 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 논의는 중단됐고, 기업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국내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개정안의 일몰 기한을 올해 말에서 3년 연장하기로 했다.
개정안의 일몰 기한이 연장됨에 따라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일몰 7년, 시설투자 일몰 5년 연장과 같은 정부와 여야간 합의 내용도 표류하게 됐다. 꾸준히 필요성을 제기했던 R&D 분야의 주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 방안과 반도체 공장의 대규모 전력 공급을 해결할 전력망 특별법도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등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비 부담도 줄어들 것이란 업계의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의 혼란이 가중되며 법안의 추진이 사실상 멈췄다.
정부가 적극 나서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주요 국가와 상반된 모습이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주요국들은 시장 선두를 잡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자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61억6500만 달러(한화 약 9조 원)를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 뒤를 맹추격 중인 주요 경쟁사다. 일본도 최근 자국 기업 라피더스에 2000억 엔(한화 약 2조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개발 시기에 맞춰 보조금 지원이 제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후발 기업들과의 경쟁력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인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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