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최근 미국이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국 수출 제한 품목에 포함하는 등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과, 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면서 경영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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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국 수출 제한 품목에 포함하하는 등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부산항만공사./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HBM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추가 조치를 냈다. 기존까지 중국은 미국의 규제를 받고 있는 국가 외에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첨단 반도체를 우회 수입해왔다. 하지만 추가 규제로 이같은 우회 수입도 모두 차단됐다.
특히 내년에도 메모리 시장이 HBM이나 기업용SSD(eSSD) 등 고부가 제품에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미국의 조치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각 기업들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중 공식적으로 중국 내 HBM을 수출하는 기업은 없다"며 "이전에 수출하지 않았던 제품을 막는 것이니 달라지는 것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만약 중국 내 수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HBM을 사용해 만드는 AI 가속기 공장을 중국에 둔 기업의 경우 공장을 중국 이 외의 나라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국내 기업도 다른 국가로 수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은 한국이 90%를 점유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의 규제 조치에 따른 수요와 공급은 변함 없을 것이란 뜻이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미국 마이크론이 10%를 점유하는 등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다만 염려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향후 중국 내 수요가 늘어날 것인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기대 수익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반도체 필수 희귀 광물과 희토류 등이 중국 공급망에 엮여 있는 만큼 미중 갈등 장기화는 결국 공급망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제조 핵심 원자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등의 광물과 희토류 공급망을 더욱 옥죌 수도 있다"며 "양국 갈등으로 이어지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중장기적 전략을 잘 구사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방적 수출 통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정현 전략물자관리원 정책연구팀 연구원은 "수출통제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미국 산업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특히 동맹·파트너국과 함께 하지 않는 일방적 수출통제는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임 연구원은 "미국의 일방적 수출통제는 미국 기업 내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동시에 중국은 이를 통해 자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일 미국은 중국의 AI 군사활용 등을 억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장비와 HBM수출 통제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규제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해 미국 외 제3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장비여도 미국산 기술 또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해 생산되는 경우 중국 수출을 통제하도록 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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