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고객사 확보...미국 진출 불가피
고관세로 미국 내 직접 투자 늘어날듯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차기 미국 정부에서 높은 관세를 매겨 대미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특별법(칩스법) 폐지 혹은 축소가 지속해서 거론되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일대에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64억 달러(약 8조8000억 원)의 공장 설립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 받기로 했다. 

같은 달 SK하이닉스는 미국 첫 반도체 패키지 공장 부지로 인디애나주를 선정했다. 아직 착공 이전이며, 공장 건설에 미국 정부로부터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 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칩스법은 2022년 미국이 제정한 반도체 기업 지원법이다. 보조금과 연구개발(R&D) 비용으로 527억 달러(약 70조 6400억 원)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올해 예산은 82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보조금을 받은 회사는 10년간 중국 등 국가에 반도체 시설을 투자하는 데 제한을 받게 된다.

두 기업이 미국 내 건설을 추진 중인 공장 두 곳에 칩스법이 축소 혹은 폐지돼 소급 적용된다면, 이에 따른 비용 증가는 불가피한 셈이다. 반대로 바뀐 칩스법이 신규 투자건에만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추후 신규 투자건에 대한 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빅테크 고객사 확보 차원에서 미국 진출이 필수적인데, 높은 관세로 인해 미국 현지에 추가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미국 내 직접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출범해봐야 알 수 있다"며 "SK하이닉스는 현재 공장 부지만 선정해놓은 상태라 추후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고관세 기조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칩스법 축소 또는 폐지 여부에 대해선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즉흥성, 예측불가인 만큼 차기 정부가 출범한 후에야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정책 상황에 맞춰 각 기업이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은 같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칩스법을 폐지할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짓고 있는 공장의 위치가 공화국 우세 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지원 조건을 상향하거나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반도체지원법이 지속될 수 있지만 보조금 수혜 조건의 추가와 동아시아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 축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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