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7900억원대의 기업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왼쪽)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을 구형했다. 장남인 조현준 사장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150억원을 구형했다. |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검찰이 조세포탈과 횡령·배임·탈세·분식회계 등 7900억원대의 기업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에게 징역 10년 벌금 3000억원을, 조현준 사장에게 징역 5년 벌금 150억원을 구형함에 따라 효성그룹 가족간 분쟁이 재계를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효성 조석래 회장과 장남인 조현준 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피고인인 조 회장이 대주주란 지위를 남용해 회사를 사적 소유물로 전략시켰음에도 반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과 벌금형을 요청했다.
검찰은 아울러 횡령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장남 조 사장에게도 집행유행 기간 범죄를 저지르고 수사 과정에서 핵심 참고인에게 현금을 교부해 수사를 방해한 점을 들어 징역과 벌금형을 구형했다.
조 회장은 분식회계 5010억원, 탈세 1506억원, 횡령 690억원, 배임 233억원, 위법 배당 500억원 등 총 7939억원의 기업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조세회피처 등에 페이퍼컴퍼니 수십 개를 세워 운용하는가 하면 기계 설비 수출 값을 부풀려 비자금을 형성하거나 분식회계로 차명재산을 조성해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 소유의 페이퍼컴퍼니에 회사 해외법인 돈을 빌려주고 회계 상으론 변제처리한 후 마련한 자금 등을 개인채무 변제, 지분매입 등에 쓴 혐의도 포함된다.
이에 대해 조 회장과 효성그룹 측은 조세포탈에 고의성이 전혀 없었으며 비자금 조성에 대해서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익 추구가 아님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법조계 일각의 평가를 인용 "15~20년 전 시작된 사안을 현재 법적 잣대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가혹한 부분이 있다"면서 "IMF 당시 효성은 1870년대부터 누적된 부실자산에 의해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된 효성물산을 금감원과 은행의 요구로 정리하지 못하고 우량회사와 합병함에 따라 효성물산의 부실을 떠안게 됐다"고 해명했다.
▲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에게 징역과 벌금이 구형된 가운데, 앞서 조 회장과 조 사장을 기업비로 혐의로 형사고발한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효성 중공업PG장으로 재직했던 조 부사장의 모습(왼쪽). / 효성그룹 |
이런 가운데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형 조현준 사장, 동생인 조현상 부사장을 겨냥해 기업비로 혐의로 형사고발한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 재계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달 15일과 20일 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7월과 10월, 형인 조 사장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진술에서 부동산 관리업체인 계열사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등이 조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자금을 대여하고 신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100억원대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포함해 조 사장의 지분 회사들이 수익과 무관한 거래에 투자해 배임 혐의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이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누명을 씌우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고 허위사실까지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회사를 자발적으로 나온 게 아니냐는 추측과 달리 조 회장이 조 사장의 100억대 규모의 손실을 조 전 부사장의 책임을 돌렸으며 더 나아가 조 전 부사장에게 회사 일에 손을 땔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 조 전 부사장의 주장이다.
재계에선 검찰이 애초 조사부가 맡은 효성그룹 고발사건을 지난 5월부터 특수부에 재배한 것에 대해, 조 회장 일가 비리 전반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이는 현실화되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