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우석 주필 |
어둠의 세력에 맞서 ‘진실의 유통량’을 늘리자
왜곡된 역사교과서의 핵심을 찌르는 이 책의 공동저자 장신대 김철홍(55) 교수의 글은 틈날 때마다 되풀이 읽어도 신선하다. 그런 진실과 함께 감동적인 자기고백도 만날 수 있는데, 그러저런 이유로 이 책은 지난 번 밝힌대로 “한국지성계를 뒤흔든 벼락같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다음 대목을 읽어보라. 누가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까?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난 것이 부끄럽지 않다. 자랑스럽다. 나는 북조선 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시민이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태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하나님의 나라도 아니고, 자유 시장경제 제도가 완벽한 경제제도도 아니지만 북한의 전체주의보다 훨씬 낫고, 사회주의 경제제도보다 더 낫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제도에 만족한다.”
위선과 허위의식에 찌든 국사학자를 포함한 지식인 그룹에 대한 지적도 더할 수 없이 통쾌하다. 다른 건 다 몰라도 정부에 의한 교과서 국정화 조치만은 안 된다고 떠들어대는‘제법 젠 제하는 사람들’의 허깨비 논리를 김철홍처럼 화끈하게 부셔버린 사람도 없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지식인들은 멸종했으며, 이미 이념가로 전락했다. 국사학의 자율성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신앙인으로서 학자로서 국민으로서 나는 국정화를 지지한다. 우리 자녀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이런‘긴급한 조치’는 불가피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이 없었더라면 비겁한 내가 이런 글을 쓸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교과서를 배회하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이 100만 권 팔린다면 교과서 전쟁은 대한민국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또 다른 이유를 밝히려 한다. 공동저자 셋 이외에 이 책의 등장에서 반드시 거론해야 할 분이 별도로 있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안병훈 기파랑 사장
김철홍 외에 이번 교과서 전쟁에서 스타가 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든든한 전사(戰士) 기자인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말고 이 책을 만든 이 또한 분이 중요하다. 우리시대 핵심 쟁점을 기민하게 판단해 단행본으로 만들어낸 출판사 기파랑의 안병훈(77) 사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병훈 사장이야말로 대한민국 교육을 망치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가장 먼저 주목했고, 이를 시정하는 행동에 나섰던 사람이다. 그는 7년 전 <대안 교과서 한국근현대사>(기파랑 펴냄)를 펴냈다. 이 나라의 균형 잡힌 지식인 그룹인 ‘교과서포럼’을 통해 이 책을 만들어낸 게 2008년이다.
그 책을 펴내자 국사학계의 거센 공격을 받았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기파랑이란 출판사 자체가 한국 지식사회의 의미있는 심볼이 아니던가. 본래 조선일보 편집국장-편집인 등으로 활약하다가 은퇴 뒤 창립했던 기파랑은 좌파진영이 장악하다시피한 출판계에서 진정 독보적이고, 예외적인 존재다.
그는 한나라당의 대선 예비주자이던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한 당내 경선 캠프 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그게 8년 전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지만, 본인이 원했다면 국회의원 공천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실력자로 행세 못했을 것도 아니다. 지금쯤 현정부에도 발을 내딛는 것도 여반장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경선캠프 본부장 출신이 왜 출판사를?
▲ 서울중등교장평생동지회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울중등교장평생동지회 회원들은 정부의 중학교 역사 과목,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의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사진=미디어펜
하지만 당시 미련 없이 출판사로 복귀했고, 이듬해 <대안 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을 펴냈다는 점에 주목하자. 왜 그랬을까? 그건 그가 품고있는 비원(悲願) 때문이다. 좌파에게 빼앗긴 지식권력-문화권력을 온전히 되찾아와야 비로서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는 확신 혹은 강렬한 희망 말이다. 이른바 비정상화의 정상화 문제에 가장 먼저 주목하고,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 안병훈이다.
이번 <교과서를 배회하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이란 책을 전광석화처럼 제작해낸 배경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그런 그는 이 책 서문에 ‘책을 엮으면서’란 짧은 글을 싣고 있다. 내 눈에는 이 글이야말로 또 다른 명문으로 손색없다.
이 짧은 글에서 그는 이 책이 왜 “한국의 밝은 앞날을 밝혀줄, 작지만 거대한 신호탄”인지를 은근히 자부하고 있는데, 다음은 그 전문(全文)이다. 우리 함께 그 글을 되읽으면서 이번의 역사적인 교과서 전쟁의 앞뒤 맥락을 다시 한 번 점검하길 다시 한 번 제안하는 바이다. /조우석 주필
책을 엮으면서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A spectre is haunting Europe - the spectre of communism). 2015년 11월 2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