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기단 현대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료 효율이 높은 신형 기재를 전면에 배치해 국제선 수요 회복과 중거리 노선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내실 중심의 기재 전략이 LCC '체급 전쟁'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요 LCC들은 올해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연료 효율이 20% 이상 개선된 신형 기종을 중심으로 원가 절감과 운항 안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차세대 항공기 B737-8 여섯 대를 구매하며 총 8대를 확보했다. 전체 보유 항공기 44대 중 차세대 기종 비중은 18%로 확대됐고, 구매기는 전체의 29.5%로 늘었다. 평균 기령은 12.9년으로 전년 대비 1년 이상 낮아졌다.
제주항공 B737-8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은 2030년까지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춘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차세대 항공기 구매도입을 통한 기단 현대화와 체질개선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20번째 항공기인 B737-8 신조기를 도입하며 기단 절반인 10대를 신기재로 운용하게 됐다. 평균 기령은 7년으로 대폭 낮아졌다. 연료 효율 약 20% 개선·소음 저감 효과 등을 바탕으로 원가 절감 및 중단거리 노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내년에도 신기종 도입을 통해 기단 현대화를 지속 추진하고, 원가 절감 및 운항 안정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항공사들도 기재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파라타항공은 올해 A330-200·A320-200을 각각 2대씩 확보하며 '하이브리드 기단 체제'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일본 나리타, 오사카뿐 아니라 베트남 나트랑 등 동남아 노선까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5호기 도입 계약까지 체결해 국제선 노선 확장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역 항공사 섬에어도 내년 1월 2일 국내 첫 ATR 72-600 신조기를 도입한다. 짧은 활주로에서도 운항 가능한 터보프롭 기종 특성을 기반으로 도서·지역 간 연결성 강화에 집중하며 지역 기반 이동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1910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도 발표하며 내년 기재 확보와 재무 안정성 강화에 나선 상태다. 조달 자금은 재무 안전성 제고와 신규 기재 투자에 활용되며, 특히 신규 기재로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고 공급 효율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거리 특화 전략을 내세운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19일 9번째 B787-9 드림라이너를 도입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중심의 좌석 구성(326석)과 연료 효율성을 기반으로 장거리 노선 운항 안정성과 정시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9호기는 상업 운항 전 점검 절차를 거친 뒤 내년 초부터 투입될 예정이다.
업계는 LCC들의 기단 현대화가 단순한 기재 교체를 넘어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한 '체질 전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2027년 통합 LCC 출범을 앞둔 내년은 각사가 외형을 확장하고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준비 구간이다.
신 기재 중심의 운용 전략은 항공사 간 격차를 벌리는 결정적 요소가 될 전망이다. 연료 효율 향상과 정비비 절감 효과를 조기에 확보하는 기업이 향후 중·장거리 노선 공급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효율 기재 포트폴리오' 구축 능력이 향후 LCC의 체급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파른 기재 확보에 따른 재무 부담은 풀어야 할 숙제다. 공격적인 투자와 재무 안정성 사이의 균형 잡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단 현대화는 안전성과 비용 구조를 동시에 개선하는 필수 전략"이라며 "내년 LCC 체급 경쟁의 승패는 누가 가장 먼저 효율적인 기재 운용 체계를 완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