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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이란 전쟁…'모자이크' 현대전이 소환한 '손자 병법'

2026-03-09 09:1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강찬옥 정치학박사·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1.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쟁을 추구
최근 중동에서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충돌과 긴장은 전통적인 재래식 전쟁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대규모 병력이 충돌하는 재래식 선형전이나 전면전이 아니라, 드론 공격과 정밀 타격, 사이버 작전, 경제 제재, 그리고 지역 대리세력(proxy forces)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양상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산발적인 충돌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이를 단순한 우발적 사건들의 집합으로 이해해서는 부족하다.

오히려 이것은 미국이 새롭게 발전시키고 있는 ‘모자이크 전쟁(Mosaic Warfare)’이라는 전략 개념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과 긴장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21세기 전쟁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쟁은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 형태가 아니다. 모자이크 전쟁은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DARPA(국방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가 발전시킨 군사 개념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전쟁을 거대한 단일 전력 플랫폼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소형 전력과 작전 수단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필요와 작전 성격과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조합하라는 것이다.

과거 냉전 시대의 군사력은 항공모함 전단, 대규모 기갑부대, 대형 공군력 같은 거대한 플랫폼 중심 전력과 전략에 기반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전투력 투사와 군수지원에 대한 막대한 비용과 취약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 하나의 핵심 플랫폼이 무력화되면 전체 전력 구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모자이크 전쟁은 분산된 전력의 조합을 강조한다. 소형 드론, 위성 네트워크, 사이버 작전, 특수부대, 정보전, 그리고 동맹 네트워크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각각의 요소는 작은 조각처럼 보이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전략적 그림을 만들어낸다. 이름 그대로 전쟁을 ‘모자이크’처럼 설계하는 방식이다.

2. 미·이란 충돌 속의 모자이크 전략
미국은 그들의 전투력을 운용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이란을 상대하는 방식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지속적인 압박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정 목표에 대한 쪽집게식(pin pointing) 정밀 타격, 금융 시스템을 통한 경제 제재, 이스라엘로 대표되는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 정보전과 사이버 작전이 동시에 전개된다.

각각의 조치는 독립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전략적 설계 속에서 움직인다. 군사력뿐 아니라 외교, 경제, 정보 영역까지 결합된 다층적 압박 구조다. 이것은 단일 전쟁이 아니라 여러 개의 일련의 작은 작전들이 결합된 전쟁 수행 방식이다. 결국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하나의 거대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전략적 조각들을 조합하여 압박을 형성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과 긴장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21세기 전쟁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군이 항공모함에서 이란에 대한 '장대한 분노'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3. 손자병법의 현대적 귀환
관심있게 바라볼 점은 완전히 새로운 주장은 아닐지라도 이러한 전략이 2500년 전 고전 병법의 통찰과도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고대 병법서 '손자병법'(The Art of War)에서 손자는 전쟁의 최상책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책라는 뜻이다. 또한 그는 전쟁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했다.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 전쟁은 본질적으로 속임수에 기반한다는 의미다.

손자가 말한 전쟁은 단순한 힘의 충돌이 아니라 기만, 우회, 조합, 속도와 리듬을 통해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전략적 기술이었다. 정면충돌보다 현대전쟁은 상대방의 의지를 무너뜨리는 상황을 설계하고 조성(shaping)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모자이크 전쟁은 손자병법의 현대적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론, 사이버 작전, 경제 제재, 정보전, 동맹 네트워크와 같은 다양한 수단들이 결합되어 상대의 전략적 공간을 압박한다. 이는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방식이며, '부전승'의 전략과 '궤도'의 전술이 21세기 기술 환경 속에서 재구성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4. 전쟁의 설계자가 요구되는 시대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과 충돌은 단순한 지역 갈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미래 전쟁의 방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전쟁은 대규모 전면전보다 분산된 충돌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이다. 군사력의 중심 역시 거대한 플랫폼에서 데이터와 네트워크 중심 환경(Network Centric Environment)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21세기의 전략가는 단순히 군대를 지휘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전력 요소들을 연결하고 조합하는 ‘전쟁의 설계자’가 되어야한다. 전쟁은 더 이상 하나의 거대한 결전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작전과 전투들이 결합된 모자이크가 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전쟁 방식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21세기의 전쟁은 더 이상 하나의 전투와 전장이 아니라 설계된 모자이크와 같을 수있다. 그리고 그 모자이크를 설계하는 자가 미래전의 승리자가 될 가능성과 개연성이 높다. /강찬옥 정치학박사·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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