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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급행, 완화는 완행"...입법 엇박자에 재계 '속앓이'

2026-03-09 15:13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빠르게 처리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 과제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지난달 3차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됐으나 배임죄 폐지나 근로기준법 주52시간제 유연화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태다.

재계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시행될 경우 규제 완화도 함께 추진돼 균형을 유지해야 기업 경영 활동이나 투자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빠르게 처리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 과제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 국회 본희의장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9일 재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은 약 7개월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국회를 통과하며 속도감 있게 처리됐다. 지난해 7월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1차 개정이 통과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등이 담긴 2차 개정안, 올해 2월에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3차 개정안이 통과됐다.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들의 권익 보호,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의 장점이 있지만 기업의 방어 수단이 부족해 대표적인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차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소송 남발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M&A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아직 소송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기업들의 투자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 실정이다. 

노란봉투법도 오는 10일부터 시행된다. 노란봉투법도 지난해 8월 2차 상법 개정안과 하루 차이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해당 법안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합법적인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재계에서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하청노조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전략적 의사결정과 투자 계획에 제약을 줄 수 있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부터 노란봉투법까지 기업들이 신경써야 할 규제와 법적 의무가 단기간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기업 경영 활동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임죄 폐지·근로시간 유연화 등은 ‘지지부진’

이처럼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지만 규제 완화는 하세월이라는 지적이 재계 내에서 나온다. 

먼저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배임죄 폐지는 지난해 7월 1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현재까지도 뚜렷한 입법 진전 없이 논의 단계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내세운 정책이지만 기대와는 달리 사실상 올 상반기 내 입법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주52시간제 유연화 역시 재계의 대표적인 규제 완화 방안이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의 경우 공정 개발이나 신제품 설계 과정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다. 이 때문에 특정 기간에는 주52시간 근로시간을 예외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기업들의 의견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난 1월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될 때에도 해당 내용은 빠지면서 재계의 요구는 또 반영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응할 시간이 부족해 법 시행을 1년 간 유예해 달라는 재계 요구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6개월 만에 시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계는 규제 강화와 완화 사이에 균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업들은 입법 속도와 내용 모두에서 조율이 이뤄져야 경영 활동과 투자 계획에 차질이 없으며, 장기적으로 경쟁력 확보와 안정적 산업 환경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기업들에게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곧바로 응답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새만금에 AI 데이터센터, 로봇,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해 9조 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재계의 응답에도 정부와 여당은 정작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법안 추진에만 몰두하며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는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닌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재계의 입장을 꾸준히 전달해도 반영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의견을 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해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 규제 부담까지 계속 증가하면 기업들의 투자 의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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