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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유가 쇼크’와 멈춰선 타워크레인

2026-03-09 17:47 | 양세훈 부장 | twonews@hanmail.net
[미디어펜=양세훈 기자]건설부동산 시장이 엎친 데 덮친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안으로는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가 시장을 얼어붙게 했고, 나라 밖으로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촉발한 유가 급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쓰나미가 몰려왔다.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고유가의 늪이 깊어질수록 건설 현장의 혈액인 아스팔트와 시멘트 가격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28(잠정)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숫자는 이제 단순한 지표를 넘어 현장의 생존을 위협하는 비명이 됐다.

양세훈 건설부동산 부장

특히 이번 이란 전쟁은 국내 건설 원가 구조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도로·철도 등 교통시설 토목 공사비는 약 0.14%, 주택 건축비는 0.09%씩 즉각적인 추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 원유를 원료로 하는 아스콘과 페인트, 단열재(PVC) 등 석유화학 기반 건자재 가격은 이미 연초 대비 10% 내외로 급등했다. 여기에 시멘트와 철강 생산에 투입되는 막대한 에너지 비용, 그리고 고환율에 따른 수입 자재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질 원가 인상 폭은 정부의 관리 범위를 훨씬 상회한다. “지을수록 손해”라는 탄식이 수치와 그래프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자생적 회복력이 마비됐다는 점은 더 심각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555가구로, 2012년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미분양 중 이른바 ‘악성’으로 분류되는 비중이 44.4%까지 치솟은 것은 지방 건설사들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건물을 다 짓고도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해 발생하는 금융비용과 건물 관리비 지출은 중소 건설사들을 연쇄 도산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공급망의 한 축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중동의 포성은 해외 수주 텃밭마저 위협하며 K-건설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고 있다. 이란을 폭격한 미사일이 우리나라 건설 현장을 직격한 것이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 ‘확장 재정’과 ‘핀셋 규제 완화’ 등 다각적 방공망을 짜야 한다. 우선 역대 최대 규모인 62.8조 원의 국토교통부 예산 중 SOC와 공공주택 공급 관련 예산을 상반기에 60% 이상 조기 집행해 민간의 빈자리를 채우는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동시에 지방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양도세 5년 한시 감면이나 종부세 합산 배제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자본의 흐름을 지방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고사 직전인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긴급 처방이다.

공사비 현실화는 분양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하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누르면 ‘공급 멸실’이라는 더 큰 재앙이 온다. 2026년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이 예년보다 20~30%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시장에 경고등을 켰다. 정부는 공사비 상승 폭을 2%대로 관리하는 원가 안정화 역량을 보여주는 한편,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에 대한 대출 규제의 유연성을 발휘해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믿음을 줘야 한다. “정부가 공급을 책임지고, 건설사의 연쇄 도산을 막는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야만 멈춰선 타워크레인이 다시 움직일 동력을 얻는다. 정부의 촘촘한 방공망을 기대한다.



[미디어펜=양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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