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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지각변동...자기자본 7.8조 '공룡 증권사' 탄생

2015-12-24 20:00 | 김지호 기자 | better502@mediapen.com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한국 금융투자업계가 글로벌 투자은행(IB) 진출을 위한 지각 변동에 직면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4일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명실공히 압도적인 규모의 국내 1위 증권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올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단행한 유상증자를 포함하면 자기자본 3조4620억원의 규모로 업계 4위다. 여기에 대우증권의 자기자본 4조3967억원을 더하면 무려 7조8587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양사 통합 후 총 고객수는 280만명에 달하고, 자산 1억원 이상 고객수만 13만명이 넘게 된다. 자기자본 규모 면에서 업계 2위로 밀려나는 NH투자증권(4조6044억원)과도 3조2543억원 가량 차이가 나게 된다.

이번 대우증권 인수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 등을 포함한 미래에셋그룹의 자기자본은 1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앞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올해 초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룹 실질 자기자본을 3년 안에 10조원까지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무엇보다 자산관리·해외투자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투자은행(IB)·리테일 부문에 강점이 있는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 분야에서는 업무 중복이 거의 없고 서로 다른 분야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수 인력을 활용해 해외IB영역 및 해외자본 투자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경우 작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였던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상장을 단독으로 대표 주관한 데 이어 올해는 호텔롯데의 대표 주관을 맡는 등 IB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발휘해왔다.

국내 102곳의 점포를 기반으로 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고객 컨설팅에 능한 면모도 대우증권의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같은 대우증권의 강점을 자사의 노하우와 결합해 아시아 대표 IB로 발돋움한다는 꿈을 품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그룹이 2003년 국내 최초의 해외 운용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출범 등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만큼 향후 해외 법인 실적 1위인 대우증권의 네트워크를 융합해 해외 진출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아시아 대형 투자은행으로의 변모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아시아 시장을 선도해나감으로써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해외 금융투자상품 발굴 등을 통해 안정적인 노후자산 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컨설팅 인프라(3588개 퇴직연금 업체·3조9000억원 적립금)와 대우증권의 탄탄한 법인고객 네트워크(400여개 법인 고객·22조원 금융자산)를 바탕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미래에셋은 대주주 변경과 금융위원회 출자 승인 신청 절차를 연내 완료하고 계약금 납부와 확인 실사 등 모든 인수 절차를 순차적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후 오는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 세전이익 1조원, 세전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이 당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2조4500억원 가량을 써낸 사실이 알려지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해도 합병 후 최종 자본 규모는 단순 합산보다 낮을 것"이라며 "인수금융 활용 시 이자비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우증권 노조가 대형 증권사의 인수를 반대하며 본 실사 원천 봉쇄 방침을 내세운 데다 최악의 경우 총파업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합병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국회에 계류 중인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의 향방도 관심사다.

개정안은 여신전문금융사의 계열회사 출자총액을 자기자본의 100% 또는 150%로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미래에셋증권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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