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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인수...2.4조원짜리 '박현주 도박', 이번에도 성공할까?

2015-12-28 17:00 | 김지호 기자 | better502@mediapen.com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승부사’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사진)이 또 일을 저질렀다. 일개 평사원에서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오너로 변신한 것도 모자랐는지 ‘통큰’ 베팅으로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은 것. 1970년 설립된 대우증권은 국내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사실상 국내 증권가의 산 역사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 창업 불과 18년 만에 국내 최대증권사를 손에 넣으면서 금융투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자본금 8조원에 달하는 압도적인 증권사가 탄생하게 됐지만 한편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 그간 박 회장의 행보를 볼 때 어려움이 있더라도 ‘샐러리맨의 신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박 회장은 2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증권업은 레드오션이라는 일각의 걱정과 달리 지속적인 성장산업“이라면서 양사의 합병 시너지를 자신했다.

◆대학원생 시절 사설 투자자문사 설립, 32세 최연소 지점장 올라

박 회장 1958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시절 우연히 접한 ‘주식’의 매력에 빠진 그는 당시 증권가 큰손인 고(故) 백희엽 여사를 찾아가 투자를 배우기도 했다. 27살 대학원생 시절에는 국내 최초의 사설 투자자문사인 내외증권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미 샐러리맨이 되기 전부터 미래에셋그룹이 초석을 다진 셈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로의 한계를 느끼면서 1986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입사, 증권업계에 정식으로 입문했다. 이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박 회장은 눈에 띄는 실적으로 45일 만에 대리, 1년 1개월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1991년에는 불과 32세에 나이에 최연소로 동원증권 중앙지점 지점장을 맡았다.전국 1위의 약정액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1997년 7월 구재상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 최현만 서초지점장 등 8명의 ‘박현주 사단’을 규합해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세운다. 당시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시장에 비관론이 팽배했지만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확신으로 밀어붙였다.

1998년 12월 출시된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는 출시 3시간 만에 500억원 한도액을 모두 채울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펀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에 은행 예금 위주의 저축문화를 적립식 펀드 위주의 투자문화로 바꾸면서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만들고 2005년에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설립하면서 투자전문 금융그룹으로 도약시켰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에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인사이트 펀드’ 폭락 등 위기의 순간들

박 회장이 순탄한 길만을 걸은 것은 아니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은 법. 박현주 1호의 성공에 도취돼 2000년 출시한 펀드 ‘박현주 2호’는 정보기술(IT) 종목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미래에셋에 30~40% 손실을 안겼다.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2007년 출시돼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펀드 붐을 일으킨 ‘인사이트펀드’가 중국 증시의 폭락으로 수익률이 반토막나면서 박 회장과 미래에셋의 위상은 큰 상처를 입었다. 이 펀드는 중국에 자금의 70~80%를 투자하면서 ‘중국 몰빵’펀드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인사이트펀드 뿐 아니다.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등 미래에셋의 대표펀드의 수익률이 줄줄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국내 펀드시장을 대표하던 미래에셋과 박 회장에는 원망의 화살이 빗발쳤다.

또 ‘리테일이 없다’고 할 만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비해 미미한 미래에셋증권의 존재감도 박 회장에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장기간 정체에 빠지며 규모나 수익성 면에서 선두권 진입에 실패했다. 박 회장의 이런 답답함이 결국 대우증권 인수전에 2조4000억원가량 베팅을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대우증권 인수 후 얼마나 시너지 효과 내느냐가 관건

이번 대우증권 인수 성공의 관건은 미래에셋증권과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다. 대우증권 임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통과로 인한 통합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지배력 약화, 차입인수(LBO) 관련 논란 등은 부차적인 것이다.

문제는 그간 인수합병(M&A)에 성공했던 증권사가 기대만큼 좋은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는데 있다. 미래에셋에 대한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대우증권을 미래에셋 계열사 지원의 용도로 활용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소액투자자의 ‘공포’도 불식시켜야 한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의 증권사 M&A는 인력 이탈, 시너지 약화, 자본 비대화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 등으로 승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해 왔다”며 “미래에셋증권이 과거 소액주주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시장의 인식을 불식시키고, 합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주가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지난해 7월 박 회장이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고가 매각 후 주가하락으로 인해 미래에셋증권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박 회장은 28일 간담회에서 “미래에셋의 강점인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에 강하고 트레이딩·홀세일 넘버원인 대우증권은 찰떡궁합이다. 1 더하기 1이지만 결과는 3이 넘어갈 거라고 본다”며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확신했다.

그는 “과거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증권산업이 사양산업, 어려운 산업이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합병되면 점포 177개, 임직원 4700명 정도 될 것”이라며 “일본 노무라증권이나 다이와증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증권을 통한 미래에셋생명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래에셋생명이 괜찮은 회사다”며 “길게 보면 미래에셋은 통합 증권 밑에서 성장한다고 보면 되겠다. 미래에셋 생명을 지원한다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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