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기자]이세돌(33) 9단이 중국 커제(19) 9단과 자존심을 걸고 겨룬 몽백합배 결승전에서 '중국 규정'에 발목 잡혀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이세돌은 5일 중국 장쑤성 루가오에서 열린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5번기 최종 5국에서 커제에게 281수 만에 백 반집패했다.
▲ 이세돌, 커제에 반집패…중국 규정에 말목, 몽백합배 ‘준우승’/이세돌SNS |
종합전적 2승3패를 기록한 이세돌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4국까지 2승 2패로 팽팽하게 맞서던 이세돌과 커제는 이날 5국에서도 내내 접전을 펼쳤다.
근소하게 뒤지던 이세돌은 우상변에서 커제의 실수를 틈타 미세한 형국을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커제가 막판 끝내기에서 신의 한 수를 던졌다. 반패를 잇지 않고 공배를 메운 것이다.
공배는 집 사이의 경계인 빈 공간인데, 한국 규정에서는 승부에 상관이 없는 자리다.
그러나 중국 규정에서는 중요한 자리다. 한국은 바둑판 위에 지어진 집만 계산해 승부를 내지만, 중국은 살아있는 돌과 집을 합해서 계산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회였다면 이세돌이 이겼을 대국이었다. 그러나 몽백합배는 중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이기 때문에 중국 규정을 따른다. 이세돌은 중국 규정에 따라 패자가 됐다.
이세돌도 중국 리그에서 뛰기 때문에 중국 규정을 숙지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실전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이번 패배가 아쉽고 씁쓸하게 됐다.
이세돌은 이번 대국을 통해 커제에게 설욕을 하고자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에서도 커제와 맞붙었다가 패한 바 있다.
이후 커제는 여세를 몰아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랭킹 1위 자리를 지키는 커제 9단은 지난해 바이링배와 삼성화재배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제패하며 세계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이세돌을 꺾으면서 '쎈돌 시대'를 무너뜨리고 명실상부 세계바둑계의 미래 권력으로 떠올랐다.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이세돌이 나에게 이길 확률은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큰소리 쳤던 커제는 이세돌과 상대 전적에서도 6승2패로 크게 앞섰다.
커제는 몽백합배 우승상금으로 180만 위안(약 3억2600만원)을, 이세돌은 준우승상금 60만 위안(약 1억870만원)을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