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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북한 핵'…4가지 대응 카드 어느 것 뽑을까

2016-01-07 11:51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 이원우 기자

북한은 성장하고 있다. 핵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분명히 그렇다.

지난 6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사상 처음 수소탄 실험을 성공리에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일단 대한민국 정부는 이 내용을 부정했다. 지진 강도로 볼 때 수소폭탄일 가능성은 낮고, 수소폭탄 이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발표와 정부의 분석은 서로 다른 얘길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의 현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것이다. 증폭핵분열탄은 원자폭탄에서 수소폭탄으로 넘어가는 가교 단계의 무기로, 북한이 이 기술을 가졌을 경우 수소폭탄 개발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결국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발표에는 과장이 섞인 셈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거짓이라고 할 수도 없다.

1.5세대 격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감행한 북한의 움직임으로 확인되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북한이 1세대 원자폭탄을 보유했다는 사실에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비록 소형화 여부가 의문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원자폭탄이든 수소폭탄이든 북한이 한국에 궤멸적인 타격을 줄 만한 ‘원천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은 확실해졌다.

이와 같은 현실을 직시한 듯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일각의 반응에서는 약간의 차이점이 감지됐다. 대표적인 것이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자위적 핵보유” 주장이다.

2013년 2월 감행된 북한의 3차 핵실험 때까지만 해도 자위적 핵보유 주장을 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강경한 주장을 하는 것으로 분류됐던 게 사실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정몽준 전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쉽게 꺼내지 못했던 주장이 3년 만에 원내대표에게서 나오게 된 점은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다.

   
▲ 미국의 카터 국방장관은 ‘미국의 모든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능력을 가동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의사를 재천명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물론 이와 같은 변화가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코스피지수가 다소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하루 만에 7.1%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될 정도로 당황한 모습을 보인 중국 증시의 여파라고 보는 편이 온당해 보인다.

그나마 여기에서 몇 주가 더 지나면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이전의 평온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북핵 리스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이미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결혼을 발표한 여배우 ‘황정음’이다.

진부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 비유일지도 모르겠다. 수온은 70도에서 80도로, 80도에서 90도로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그 속의 개구리에게는 작은 차이만이 느껴질 뿐이다. 북핵에 대한 현재 한국의 인식이 이와 비슷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물의 온도가 마침내 100도에 도달하는 순간 이전과는 다른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7일 일각에서 나온 자위적 핵보유 주장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통상 언급되는 ‘핵무기에 맞서는 방법 4가지’ 중 첫 번째인 ‘함께 핵으로 대응한다’는 옵션을 포기한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로는 무엇이 있을까.

두 번째 옵션은 이스라엘이 그랬던 것처럼 북핵 시설을 선제타격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옵션은 타국의 핵우산에 편입되는 것으로, 마침 미국의 카터 국방장관은 ‘미국의 모든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능력을 가동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의사를 재천명했다.

결국 세 번째 옵션이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셈이지만, 작년 사드(THAAD) 논쟁에서도 드러났듯 미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에는 친미와 반미가 복잡하게 섞여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과의 전략적 공조는 생각처럼 쉽지 않은 옵션일 수도 있다. 이것마저 부정된다면 이제 선택지는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남아있는 마지막 옵션은 ‘굴복’이다. 정말 이 길로 가야 할까. 북한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우리에겐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보(安保)의 수온은 천천히, 그러나 멈춤 없이 끓는점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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