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
괜찮은 창업 아이템은 번번이 좌절되어
며칠 전 친한 후배와 요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창업과 관련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교환하는데 그 후배가 갑자기 창업 지원 사업에서 대학 교수들이 심사위원에서 제외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후배의 지인이 몇 년 전에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하려고 자금을 지원받으러 여러 기관에 지원해 심사를 받았는데 거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거절 이유는 심사위원들이 그 제품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다. 제품 출시하기도 전에 걱정이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바로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심사자가 그 예비 창업자보다 전문성이 높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지원서를 검토해야 하고 시간 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기에 퇴근본능이 발휘되어 날림으로 심사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신기록을 갱신하는 실업률
2015년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박근혜 정부는 1조 8천억 원을 투입했다. 올해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을 가지고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의지와 관계없이 청년층 실업률이 9.2%를 기록하면서 1999년 이후 청년실업 최고 기록을 다시 갱신했다. 그러다보니 전체 실업률은 3.6%로 역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여러 차례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내수 경기 부진과 저유가 기조, 중국경제 경착륙 가능성 등 고용 살얼음판이 금방이라도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자리의 질, 특히 청년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첫 발걸음을 단기 계약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꼴이며 청년 신규 채용 중 60%가 넘게 비정규직이다.
창업이 쉽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 지난해 2월 대학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3D 프린터, 3D스캐너 등의 장비가 설치된 팹트럭 앞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청년 취업이 잘 안 되니 청년 창업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양질의 일자리보다 질 낮은 일자리만 늘어나고 높은 이직률과 구직 단념으로 고용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니 창업을 통해 보다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 만족도 높이는 데에는 전적으로 찬성이다.
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탁상머리에 앉아서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속칭 전문가들이 너무 많아서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고용정책이 실패했다면 혁명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솔직히 창업하는데 너무 어렵다. 창업해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제반 서류 작업 갖추다가 제품 출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년 창업 지원금을 받기 위해 졸업을 기피하면서 혜택만 받으면서 정부예산만 까먹는 대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대학생 창업정책을 악용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도전정신을 가진 리더가 시장을 개척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어지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다.
아주 오래 전에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하면서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자랑스러운 학생이 있었다. 이제는 창업이 가장 쉬웠어요. 하면서 많은 청년 창업가가 나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고 국가경제도 성장시키는 순환적 발전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창업이 가장 쉬워요 여기저기에서 구호처럼 나오길 기대한다. /송덕진 휴먼디자이너·극동미래연구소장·왕토끼CIO·포퓰리즘감시시민단체연합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