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경제 제재 해제 이란, 중동진출 걸림돌서 '디딤돌' 될까

2016-01-18 14:31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 17일 대(對) 이란 경제·금융 제재가 해제되면서 국내 산업계에서는 부진한 해외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인구 8000만명의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중동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오랜 제재로 침체된 경제를 재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전체 수출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어서 크지는 않지만 시장의 잠재력은 중동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크다.

   
▲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업계는 플랜트 등 대규모 수주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은 가스·석유자원 부국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가스 및 정유 플랜트 발주가 활발했으나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이후 발주가 중단됐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2일 이란 테헤란의 정유공장 옆에서 한 근로자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 / 연합뉴스

우리 산업의 경우 대형 플랜트 등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경제제재에 해제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정체됐던 각종 개발사업이 활기를 띠고 건설붐이 조성되면 주요 교역국이자 협력파트너인 우리나라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건설·플랜트를 비롯해 정유·석유화학, 철강, 조선, 해운, 항공 업종의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핵협상이 잠정 타결된 이후 국내 건설,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업체들은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먼저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업계는 플랜트 등 대규모 수주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가스·석유자원 부국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가스 및 정유 플랜트 발주가 활발했으나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이후 발주가 중단됐다.

우리나라가 2010년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하기 전까지 이란은 해외건설 수주액으로 전체 나라 중 6위, 중동 국가 중 5위를 차지하는 '중점국가'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등은 사우스파 가스전 공사를 비롯해 역대 이란에서만 총 12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그러나 경제 제재가 시작된 이후 이란은 해외건설 수주에서 전체 국가 가운데 17위, 중동 국가 중 8위로 떨어졌다.

건설업계는 이번 핵협상 타결로 경제제재가 풀리면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가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은 앞으로 1300억∼1450억 달러를 투자해 원유 시설 등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정비에 필요한 도로·철도·항만·댐 등 토목·건축부문의 인프라 시설 공사도 대거 발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국내 항공업계는 우리나라와 이란 양국 간 교역이 활성화되면 항공 직항노선도 개설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란은 가스매장량이 세계 1위, 원유매장량이 4위인 나라지만 오랜 경제 제재로 기반시설이 상당히 낙후했다.

다만 최근 저유가로 중동의 대규모 플랜트 신규 발주가 중단된 가운데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로 원유 생산이 증가할 경우 유가가 추가 하락해 전반적인 중동 건설수주 시장이 더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전세계 원유 매장량 4위인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현재 28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미 이란은 제재가 해제되는 즉시 하루 50만 배럴, 이후 짧은 시일 안에 50만 배럴을 더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이란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가격 할인폭을 키울 가능성도 있어 가격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이후 컨덴세이트 주요 수출국인 카타르가 공급 가격을 인상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업체에 따라 이란산 원유 도입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는 이란 제재가 해제될 것으로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공급선이 다변화한다는 점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일 유가 하락이 거듭하는 상황에서 추가 낙폭은 일시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는 본격적으로 이란산 석유가 시장에 나오면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 압박이 있겠지만 이란의 물량 자체가 사우디아라비아나 미국 생산량을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어서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이란 양국 간 교역이 충분히 활성화되면 항공 직항노선도 개설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양국은 1998년 항공협정을 체결해 주 4회 비행기를 띄울 수 있도록 설정된 운수권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란 제재 이전에는 이란항공이 정기노선을 운항했었다.

현재 운수권이 항공사에 배분돼 있지는 않지만 항공사가 취항을 원한다면 올해 초 정기배분 시 국토교통부에 신청할 수 있고, 그전에라도 부정기 운항은 가능하다.

해운업계 역시 이란제재 해제로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선사들은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가는 물동량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많았던 만큼 이란제재 해소가 긍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